[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내 남편 윤이상

우리는 윤이상선생을 그렇게 잘 알지 못한다. 가끔 신문에서 '남한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겠다면 귀국않겠다'는 옹고집의 재독 작곡가정도로만 알 뿐이다.
그러나 그는 20세기 한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곡가였다.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도 없으며 미래에도 없을 동양에서는 단 한 사람 존재하는 천재 작곡가"라는 일본사람 야노 토오루의 극찬을 들으면 의아할 수도 있으리라. 그는 9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진정으로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했으며 고향 충무의 흙과 바람을 맛보기를 소원했다.
67년 느닷없는 '동베를린 간첩사건'으로 납치 구속되면서 그의 인생은 파란으로 점철된다. 이후 그는 누구보다도 분단조국의 통일과 조국의 민주화를 위하여 온몸으로 싸워나갔다. 광주항쟁를 접하고 슬픔과 분노를 이기지 못해 '광주여 영원히!'를 작곡하여 세계에 알렸으며 열사들로 숨져간 학생들을 위한 진혼가 '화염속의 천사'를 작곡했고 예술을 통한 남북교류에 물꼬를 트며 앞장서 나갔다.
그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몸 전체로 아파하며 조국사랑운동을 펼쳤으나 돌아오는 것은 번번이 중상과 모략의 가시밭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의 음악은 나의 조국 속에서 태어났고, 나의 조국은 나의 음악을 그 자식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다시 더 풍요한 음악을 낳을 수 있는 소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150여편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위대한 예술가의 삶을 옆에서 평생 같이 아파하며 지켜본 그의 아내 이수자여사가 남편의 81세 생일를 기리며 책을 펴냈다. '내 남편 윤이상'. 만리타향 이국 그의 묘비에는 '處染常淨'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한다. '어떤 곳에 있어도 물들지 않고 항상 깨끗하다'라는 뜻이다. 그는 사실상 '한국의 자존심'이었다. 그가 수구초심에 몸부림치면서도 왜 그토록 한국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는지, 그리고 끝내 이국에서 숨을 거둘 수밖에 없었는지, 그의 '피울음' 심정을 그의 아내는 담담히 증언하고 있다.
"역사적인 긴 안목에서 볼때 민족은 창공과 같이 영원한 것이고, 정권 이념 사상은 활엽수와 같다"던 윤이상. 그의 삶은 누군가 말했듯이 "예술에서는 위대하고 인간으로서는 불행"했을지라도 우리는 그의 '거대한 삶'에서 뜨거운 조국애와 진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최영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이수자 지음 ★ 창작과비평사 ★ 전2권(각권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