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종, 새로운 문화읽기

'잡종 철학자' 홍성욱은 1961년 태어나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학위논문을 완성, 94년 국내에서 첫 과학사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95년부터 토론토대의 조교수이다. 그는 미국에서 유수한 '슈만상'을 동양인 최초로 받는등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과학사학자라고 한다. 그런 그가 국외자적 날카로움과 과학자의 참신한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화현상들을 비판, 해석한 글을 통신공간 '21세기 프런티어'에 올린 글들을 정리하여 '잡종, 새로운 문화읽기'라는 이름으로 책을 펴냈다. 그가 사이버공간에서의 잡종식 글쓰기를 통해 80년대와 90년대를, 한국과 서양을, 과학과 문화를, 경쟁과 협동을, 여성성과 남성성을, 우정과 사랑을 섞어보는 새로운 세상 읽기를 시도한다. 아마도 이 책은 일상문화에 대한 우리의 구내의연한 생각들을 뒤돌아보고 사고를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며, 우리 사회의 수준있는 통신문화를 창출하는 데도 일정한 기여를 할 것으로 믿는다. 그가 줄곧 말하는 '잡종'이란 '짬뽕'이나 '튀기'같은 천한(?) 말이 아니라 대립하는 두 집단의 문화와 언어를 모두 이해할 수 있고 두 집단의 성향을 반반씩 섞어서 가지고 있는 매개적 존재이다. 따라서 잡종이야 말로 양 집단에서 만들어내기 힘든 새로운 언어와 세계관을 창조해내는 완충기역할을 함으로써 21세기 우리의 삶의 양식을 담아내는 중요한 범주가 될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흥미로운 '잡종철학'을 들어보는 것은, 앞으로의 사회와 문화는 '잡종'의 생각과 잡종적 인간이 요구될 터이므로 더욱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홍성욱 지음 ★ 창작과비평사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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