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고구려 역사유적 답사

서 길수 교수(서경대 경영학)는 고구려에 미친 사람이다. 전공도 잊은채(?) 지난 10년간 '고 구려의 넋'에 홀려 만주땅을 헤매 다녔다.
서교수가 만주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90년. 그곳에서 광개토대왕비, 국내성, 환도산성, 벽화 무덤을 대하면서, 첫 눈에 고구려에 반해 버렸다. 이때 이미 서교수는 고구려에 대한 집필구 상을 하였다고 하니, 이 책은 그의 '고구려 공부 10년'의 중간결산인 셈이다. 이 책은 답사기이긴 하나 단순한 답사기가 아니다. '고구려인가 고려인가' '홀본인가 졸본인 가' '고구려의 건국연대는 잘못되었다'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이 '아! 고구려'식의 감격과 탄 식을 뛰어넘는다.
또 이 책에는 한국 역사학계는 물론 중국 학계에서도 전혀 발표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장 수왕릉(장군총) 축조의 비밀' '고구려에도 벽돌로 쌓은 무덤이 있었다' '인면석각 조각에 새 겨진 부호는 무엇을 뜻하는가'와 같은 내용들이다. 이러한 것들은 앞으로 우리 학계의 고대 사 연구에 있어 꼭 필요한 작은 조각들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고구려의 첫 수도인 홀본성(현재 요령성 환인현), 두번째 수도인 국내성(현재 길 림성 집안시)에 관한 기록이다. 이 두 곳은 고구려의 전체 역사 705년중 3분의 2에 해당하 는 406년동안의 수도로서, 고구려사의 핵심적 사건이 대부분 이곳에서 일어났고, 중요한 유 적들도 이곳에 가장 많이 남아있다.
서교수의 욕심은 장차 고구려 동쪽의 발해지역으로, 평양을 비롯한 압록강 이남으로 동남진 하는 것. 그래서 한때 압록강 이북의 광활한 대륙에서 꽃피웠던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복 원하는 것이다.
이 책은 고구려에 관한한 가장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역사서이자, 실질적인 안내서라 평가할 만하다. 서교수가 유적 하나하나에 붙여놓은 400여장의 사진과 40여장의 지도, 자세한 설명 이 감탄을 자아낸다. 전공의 벽을 넘어 또다른 전공을 창조해 나가고 있는 그가, 한국 고대 사의 한 구석에 묻혀있는 고구려를 역사의 중심으로 일으켜 세울수 있을지 계속 관심을 갖 고 지켜보자.
최용석<마이다스 동아일보 기자>

서길수 지음 ★ 사계절 ★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