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카자르 사전

움 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과도 비견될만한 책 <카자르 사전> 이 국내에 선보였다.
'카자르'는 7∼9세기 사이 카프카스(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지역)에 융성하였다가 11세기 이후 역사상에서 자취를 감춘 제국으로, 저자는 카자르 민족의 신비스런 역사중 8-9세기 이 민족의 개종을 둘러싼 종교적 논쟁을 놓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카자르 민족의 지도자 카간이 꾼 꿈에 대해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각각 해석을 들러싼 논쟁을 벌이고 논쟁이 끝난 후 카간은 그 종교 중 하나로 개종을 한다. 그뒤 카자르 민족의 전통종교, 언어는 사라지게 된다.
이 책에서는 카간이 어느 종교로 개종했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은채, 각 종교에서 자신들의 종교가 승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레드북(기독교), 그린북(이슬람교), 옐로우북(유대교) 세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이 책의 매력은 3대 종교에 대한 종교 사전적 성격을 띄면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주인공들 의 환상적 이미지들을 잘 조화시켜 놓은 것이다. 레드북, 그린북, 옐로우 북 어느 부분을 먼저 읽더라도 상관이 없다.
이 책은 여성판과 남성판으로 나뉘어 있는데, 모든 부분에서 동일하며 결정적인 한 문단만 다를뿐이므로, 그 절묘한 차이를 읽어내는 것도 묘미일 것이다.
저자 밀로라드 파비치는 1929년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지방에서 태어나 현재, 베오그라드 대학 문학사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고슬라비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 가운데 한사람이다. <콘스탄티노플에서의 마지막 사랑> <차로 그려진 풍경>등의 작품이 있다.
홍희경<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밀로라드 파비치 지음 ★ 중앙M&B ★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