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나무 아래로 오는 사람

탄 탄한 구성과 치밀한 세부묘사, 적확한 언어등 단편의 미학을 두루 갖춤으로써 주목받는 신예작가로 떠오른 박자경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중편 「무늬」로 삼성문예상을 수상했고,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달에게」 가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박자경의 첫 소설집은 세대간 갈등과 실직, 실직에 따른 가정 파괴 문제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보편적 문제를 깊이 있는 통찰로 꿰뚫는다. 그녀의 소설들은 이같은 문제들이 본질직으로 ‘관계의 어긋남’에서 비롯한다고 보고 있다. 뒤엉켜 있는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그녀의 언어는 지극한 것이어서 마침내 화학적 변화를 가져온다. 각질처럼 굳어 있는 상처들이 녹아내리고 어느새 그 자리에선 깨끗한 새 살, 즉 새로운 삶이 돋아나는 것이다. 박자경의 소설이 90년대 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 현대소설의 계보를 잇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떠오르는 까닭은 바로 생의 아픔을 끌어안는 시선의 너그러움에 있다.

박자경 지음 ★ 문학동네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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