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

영 화감독 여균동은 별난 사람이다. 재주도 참 많다. 1958년 서울産이다. 서울대 철학과를 중퇴했다. 주요 작품으로 '세상 밖으로'(95년) '포르노맨'(97년) '외투'(97년) '죽이는 이야기'(98년)등을 연출했으며 '너에게 나를 보낸다'(95년) '박봉곤가출사건'(96년) '이재수의 난'(99년) 에 출연했다. '초록물고기'(97년)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현재 EBS방송 '시네마천국'의 진행자이다. 연기, 영화, 이론, 연출등에서 다양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삽화까지 17컷 넣은 예쁜 소설집을 펴냈다. 그것도 '몸을 통한 사랑의 탐색'이 주제란다. 사람의 몸은 어떤 말을 하는가. 몸이 지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몸이 없다면 사랑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에 귀 기울이며 이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인 남자의 또다른 몸인 텅 비다시피한 방으로 어느날 조그만 짐처럼 찾아온 여자. 마치 관찰일지를 쓰듯 그 여자의 몸을 탐색하고 성접촉을 하는 남자. 그러면서 몸안의 나와 몸밖의 내가 겪는 고통과 희열. 몸을 통한 사랑과 의식이 만들어내는 틈. 몸의 접촉을 통한 소외된 인간끼리의 관계회복은 그 결말이 어디에 닿는 것일까. 여균동은 이 소설에서 몸이란 실존적 언어가 내는 소리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려 한다. 그것도 살결처럼 예민하고 감각적인 문체를 빌어서. 독자들은 저마다의 몸에 남겨져 있는 삶의 흔적을 되짚어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자리를 이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균동 지음 ★ 도서출판 명경 ★ 6,500원 ★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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