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편지

그 야말로 '혁명전사 시인' 김남주씨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5주기이다. 30대 나이를 꼬박 0.7평의 감옥에서 보낸 것을 억울해하며 9년여만에 '천길 낭떠러지에서 벗어나온 기분'이라던 그가 출감 6년만에 꿈인듯 이 세상을 떠났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 인물'이 가고나면 몇몇년이 지나서야 겨우 추모를 하네, 재조명을 하네, 법석을 떤다. 생전에 그런 일이 있으면 어디 덧날까? 그렇게도 근시안의 눈을 가진게 부끄럽고 살아남은 자의 '속죄의식'일까.
시인 김남주. 그가 옥중에서 평생의 동지이자 반려 박광숙님에게 써보낸 편지들을 묶어 책으로 냈다. '20세기 최고 연서(戀書)'라는 부제를 달고. 이 시대, 이 땅에 태어난 게 그의 원죄였을까? 참으로 뜨겁게 살다간 그의 사상의 편린을 몽땅 다 드러내보이고 있다.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게. 그는 그만큼 솔직했다. 그만큼 욕심이 없었다. 그만큼 처절하게 투쟁했다. 그리고 그만큼 의연하게 죽어갔다.
한 여인네가 가슴에 담기 벅차게, 그는 조국을 사랑했고 민중을 사랑했다. 지칠 줄 모르는 독설로, 혁명의 시로, 행동으로. 지금 우리는 '특별한 인간'은 안되어도 좋으나,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을 읽고 한 인생을 바꿔버린 '비운의 혁명가'를 기려야 한다.
'함께 가는 길'이 어떤 것인지, 내일을 사랑하고, 만인을 사랑하는 게 왜 죄가 되는 시대가 있었는지, 한 사람이 쓴 편지가 왜 위대해질 수 있는 것인지는 알아야 한다. 이 서간집은 마치 그가 저 세상에서도 남기고 온 만인을 못잊어 지금 막 띄우는 편지인 상 싶다.
혁명적 자유주의자 '불꽃시인' 김남주는 1946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전남대 영문과에 입학하며 3선개헌반대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반독재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다. 이후 고향에서 농민운동을 했으며 74년 창비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79년 '남민전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88년 가석방되었다.
작품으로는 84년 첫시집 '진혼가'에 이어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 '솔직히 말하자' 시선집 '사랑의 무기' 번역서 '자기의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프란츠 파농)' '아타 트롤(하이네)'등이 있다. 최근 '문학동네'에서 서정시선집 '옛마을을 지나며'를 펴냈으며 미망인 박광숙님의 산문집 '빈들에 나무를 심다'가 '푸른 숲'에서 나왔다.
최영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김남주 지음 ★ 도서출판 이룸 ★ 7,500원 ★3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