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건강한생활:전문병원시대]

  부부 10쌍중 한쌍꼴로 불임 때문에 고민한다. 아기를 수태하지 못하는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불임 부부들은 남몰래 속태우면서 소문에 따라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한다.

  불임치료의 상징인 시험관아기(체외수정) 시술은 매년 전국에서 1만건 이상 행해진다.
  이중 70% 이상이 서울에서 이뤄지고 연간 1천건 이상 시술하는 병원도 서울대병원 차병원 제일병원 마리아산부인과 등 네군데나 된다.

  시험관이기는 지난 85년 서울대병원에서 처음 성공했지만 차병원 제일병원 등 산부인과 전문병원들이 오히려 국내 불임연구와 치료를 주도하고 있다.
  다른 분야보다 전문병원의 등장이 빠른 편이다.

  차광렬 차병원부원장은 『불임치료법이 빠르게 발전하는데 비해 여러 진료과와 전공분야를 거느린 대학병원은 대응이 늦다.
  반면 전문병원들은 한 분야에 인력이나 시설을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차병원의 경우 부설 여성의학연구소와 30여명의 산부인과 전문의를 보유, 웬만한 대학병원 산부인과를 능가한다.
  제일병원도 최근 삼성이 강북에 있는 제일병원 본원을 인수함에 따라 삼성제일병원과 영동제일병원으로 분리됐지만 인력과 시설면에서 차병원에 버금간다.

  제일병원과 차병원이 80년대에 이미 전문병원으로 자리잡았다면 마리아산부인과는 90년대 들어 고속성장하고 있다.
  지난 89년 서울대 산부인과 출신의 임진호박사가 부친의 병원을 이어받아 불임전문병원으로 재개업한후 시험관아기 신기술을 잇따라 선보여 임신성공률을 40%까지 끌어올렸다.

  서울대 출신의 함춘여성클리닉(민응기 김기철)과 PL클리닉(박정민 이승재)도 개원한지 5년 미만이지만 신흥세력으로 떠올랐다.
  차병원에서 독립해간 한나여성클리닉(구정진)과 경희대교수 출신의 서병희산부인과도 불임전문병원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연세대 출신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차병원 제일병원 등 기존세력에 서울대 출신의 젊은 개업의들이 거센 도전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병원으로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병원 경희대병원 부산대병원 등이 불임치료에 한발 앞서 있다.
  국내 불임연구의 개척자인 장윤석전서울대교수를 몇 달전에 영입한 서울중앙병원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불임전문병원들은 최근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차병원이 대구 여성병원 대전세브란스부인과 광주은병원등과 손잡고 여성의학연구소를 세운데 이어 마리아산부인과도 부산 대구 광주에 분원을 열었다.

  서울중앙병원 장윤석교수는 『전문병원들이 대학병원 못지않은 활발한 연구와 많은 임상사례를 쌓아 국내 불임치료수준은 선진국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남성불임의 최신 해결책으로 각광받는 정자직접주입법이 단적인 예.
  지난 92년 벨기에의 스트라이팅거 앙드레박사가 이 방법을 발표한후 1년만에 차병원에서 정자직접주입법으로 임신을 성공시켰고 현재 10여군데 병원에서 시술하고 있다.

  인공수정된 수정란을 자궁에 집어넣기 전에 유전자를 분석함으로써 태아의 기형을 미리 알아보는 유전자진단법도 일부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