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건강한생활:전문병원시대]

  서울 반포의 한 5층 건물은 겉보기가 허름하지만 간판은 신세대 글씨체로 선명하다.
  치질전문병원인 서울외과클리닉이다. 서울대 출신 30대중반∼40대초반의 일반외과 전문의 5명이 공동개업했다.

  문을 연지 6년밖에 안되지만 한달에 3백건 이상 치질수술을 하고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를 보낼 만큼 전문병원으로 자리잡았다.
  바쁘게 환자를 보는 와중에도 최신 정보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각장 해외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고 병원돈으로 매년 1명씩 장기해외연수를 보내고 있다.

  신당동 송도병원은 치질전문병원의 「원조」다.
  전문의 7명이 매달 8백여건의 치질수술을 치러 1백여개 병상이 빌 날이 없을 정도다.
  조선대 출신의 이종균원장이 지난 87년 청량리에서 처음 개업한후 몇번 자리에 옮겨 국내 최대의 치질전문병원으로 키웠다고 한다.

  석촌동 이동근외과도 이 분야의 다크호스. 송도병원 부원장으로 있다가 지난 92년에 개업한 이동근원장은 레이저 전자내시경 초음파 등 첨단장비를 갖춰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저술과 해외학회참석도 활발한 편이다.

  이외에 서울외과클리닉에서 독립한 잠실서울외과, 홍제동 대성병원, 서교동 이윤우외과, 영등포 종도외과 등이 치질전문병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방에서는 부산 허무량외과와 중앙외과, 원주 서울외과 등이 치질 수술을 잘 하는 전문병원으로 소문난 곳이다.

  치질은 성인 남녀의 절반 이상이 갖고 있는 「고질병」이다.
  이중 수술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5∼10%.

  몸이 피곤할 때나 술을 마신후 변에 피가 섞여 나오고 화장실을 나온 후에도 항문 밖으로 뭔가 튀어나와 몹시 불편하다.
  여성의 경우 출산 후에 반갑지 않은 치질이 슬며시 찾아온다.

  치질은 항문에 혹이 생긴 치핵이 대부분이지만 △대변속의 세균이 항문샘에 침입해 고름이 흐르는 치루 △항문이 찢어진 치열도 있다.
  치핵이 전체 치질의 70%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치질 하면 보통 치핵을 의미한다.
  치핵도 내치핵과 외치핵 두가지가 있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내치핵.

  치질도 증상에 따라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대변시 피만 나는 1단계는 내치핵 깊숙이 주사액을 집어넣는 주사제주입법, 출혈과 함께 치핵이 튀어나오지만 자연스럽게 환원되는 2단계는 고무링으로 치핵을 묶어 없애버리는 환상고무결찰술로 쉽게 치료된다.

  그러나 △평소에 튀어나온 치핵이 손으로 밀어넣어야 들어가고 속옷을 자주 버리는 3단계나 △돌출된 부분이 들어가지 않고 통증이 수반되는 4단계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요즘 치질 치료와 핫이슈는 레이저수술. 『레이저를 이용하면 통증이 줄고 회복이 빠르다』는 레이저수술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레이저로 수술했다는 핑계로 의료보험 적용을 피해 비싼 진료비를 받아내려는 것』이라며 반박한다.

  서울외과클리닉 강윤식원장은 『레이저는 살을 태우는 것이기 때문에 수술이 정확하지 않고 당장은 덜 아프겠지만 후유증이 많다』며 『치질수술에 무통(無痛) 무혈(無血) 무입원(無入院)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근원장은 『레이저수술을 많이 해보지 않은 의사들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응수했다.

  현재 대학병원과 서울외과클리닉 송도외과 등은 반대론의 입장이고 이동근외과 등 개업의들은 레이저수술을 주로 시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