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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허주’가 민국당을 ‘꼭 붙잡은’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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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전 의원이 9월27일 민국당 임시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추대됐다. 직함은 대표지만 실질적인 당의 ‘오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한나라당 전신 신한국당에서 대표를 지낸 적은 있지만 당을 실질적으로 이끌기는 화려하고 오랜 그의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번이 처음이다.지역구 1석, 전국구 1석의 ‘미니 정당’인 민국당의 전당대회는 세간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민국당은 이제 허주(虛舟·김대표 아호)가 실질적인 주인이 됐다는 사실, 허주식 정치 행보의 반경이 매우 넓고 때로는 놀라운 ‘파괴력’을 보여주었다는 사실, 앞으로 2년 후 대통령 선거 판도에 무수한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 등은 민국당을 간단히 제쳐놓기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허주는 지난 5월1일 대표대행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허주에게 “민국당을 놓지 말고 꼭 붙잡고 계시라”고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비중있는 인사는 최근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허주가 이제 민국당을 꽉 붙잡았으니 무슨 일이 생겨도 생기겠지…”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허주에게 왜 민국당을 놓지 말고 꼭 붙잡고 있으라고 말했을까. 우선 김대통령은 4·13 총선에서의 낙선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허주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그 기반으로서 민국당을 지키라고 권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주 역시 9월27일 대표로 추대된 뒤 “아직 제가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확신합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2년 후에 큰 보람을 함께 나누자”고 덧붙였다.
“다음엔 동서화합 정권을” 함축적 의미 물론 김대표가 김대통령의 말만 듣고 민국당 대표에 도전했다고 볼 수는 없다. 5월 단독 회동이 2년 후 대통령 선거에서의 ‘동맹’을 약속한 것으로도 보기 힘들다. 그러나 그날 두 사람은 ‘무엇인가 일을 같이 도모할 수는 있겠다’는 정도의 교감은 나눴던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는 지난 97년 대선 때 김대중 대통령후보를 단독으로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허주에게 ‘킹 메이커’로서의 도움을 요청했고, 허주는 “나와 김총재가 힘을 합친다고 해서 지역감정이 치유되고 영호남이 통합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후 2년6개월 만에 청와대에서 서로 뒤바뀐 입장으로 다시 만나 깊숙한 대화를 나눴다. 비록 처지는 바뀌었지만 정권재창출을 위해 현 여권이 허주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얻어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허주는 지금 “다음 정권은 동서화합 정권이 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민국당은 여권에서 희망하는 정-부통령제 도입을 아예 당론으로 정했다. 그렇지만 김대표의 지향성이 김대통령에게만 쏠린 것은 아니다. 김대표는 지금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다같이 싫어하는 ‘제3세력’에 주목하고 있다(인터뷰 참조). 그는 “그동안 소외되고 배제된 대구-경북 인사들이나 ‘반 민주, 비 한나라당’ 성향의 사람들이 생각은 있어도 적당한 결사체가 없어서 행동을 못했는데, 이제 허주가 당을 이끄니 여기 모두 힘을 보태자는 목소리가 많고, 전화도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3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대선 정국에서 허주가 발휘할 정치력의 공간은 의외로 넓다. 그의 한 최측근 인사는 “솔직히 말해 다음 대선에서 DJ와 YS, JP가 손잡으면 게임은 끝난 것 아니냐. 이 세 사람 모두 이회창씨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똑같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을 꿰맬 사람이 허주밖에 더 있느냐”고 말한다. 지금은 미풍이지만 허주의 재등장이 정치권을 요동치게 만들 가능성은 나름대로 열려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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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윤환 민국당 대표최고위원
“그동안 권력을 추구하는 오너보다 제도권 안에서 제도적인 민주정치를 추구하는 역할에 치중해오다 보니 오너가 될 기회가 없었다. 오너가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것도 다 이회창씨 덕택 아니겠느냐.” 민국당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우리는 기존 1인 지배정당의 희생자들이다. 1인 지배체제 정당 문화의 모순을 타파하고 제도적인 민주정당을 구현하는 것이 정치 발전을 위한 것이란 이념 아래 모인 것이다. 지난 총선 때는 우리의 이런 이념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낙천자 집단이란 한나라당의 매도와 지역구도에 의해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부당하고 신의 없는 정치에 의해 우리가 희생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비도덕적으로 짓밟아도 (우리가) 죽어야만 이회창씨의 정당성이 살아나는 것이냐. 우리 당의 구성원을 보면 과거의 가해자와 피해자, 리버럴(진보적)한 보수세력과 진보 개혁세력이 다 있다. 이들이 같이 모여 과거를 참회, 용서, 화해하고 새 정치를 구현하자고 하는 것이다. 캐나다의 초대 여성 수상이었던 킴 캠벨(Kim Campbell)이 이끈 진보보수당(Progressive Conservative Party) 같은 당이 우리 당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국당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 생각인가. “정당은 정권 창출을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어떤 정당도 독자 후보로는 정권을 창출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간, 지역간, 정파간 연대와 연합이 불가피하다. 우리는 동서화합을 이루는 정권을 만들고자 한다. 이것이 시대적 요구 아닌가. 내년 상반기까지 223개 법정 지구당 창당을 완료하면 우리 당도 10% 선의 지지는 얻을 것이고, 어떤 구도에서도 우리 당의 역할은 커질 것이다.” 2석의 초미니 정당이 앞으로의 정치 일정에서 행사할 영향력이 있다고 보나. “기존 정당이나 기성 정치권을 싫어하는 제3세력이 분명히 있고 그 범위도 넓다. 민주당도 싫고 한나라당도 반대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자는 의식도 높다. 우리는 양당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 2석이라지만 단독 국회나 과반수 정족수 때문에 우리 당 의원이 지금도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지 않느냐. 총리동의안 등 지금까지의 사안에는 동의가 마땅해서 찬성했지만 앞으로는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참여 속의 독자성을 견지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영남에서 나와야 한다는 영남후보론의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가. “이제 호남 대통령이 나왔으니 다음도 호남 대통령이 되는 것은 동서화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동서화합 정권 없이 남북통일이 되겠느냐. 통일을 위해서는 동서간 화합을 이루는 정권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영남대통령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많다. 그러나 반드시 영남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영남 사람 다수가 동의하는 사람이면 된다는 뜻이다.” 김대표는 지난 97년 대선 때는 ‘영남후보배제론’을 말했었는데…. “그때 역시 국민 화합이라는 과제 속에서 그동안 영남대통령만 나왔으니 이제 영남대통령이 아닌 다른 지역 대통령도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 중부권 대통령을 거치는 것이 좋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다. 그래서 이회창씨를 대통령후보로 만들었다. 그런데 곧바로 호남대통령이 나왔으니, 이제 중부권 대통령은 필요 없다. 또 다시 중부권 후보를 내세운다고 동서화합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DJP 공조 정권이 가져온 부작용에 따라 다음 대선에서는 국민이 그런 형태의 연정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DJP 연정은 야합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내각제를 약속했으면 어떤 형태로든 실행했어야 하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그렇다. 그러나 여당이 다수를 점하지 못하면 아무리 대통령중심제라도 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치 현실이다. 다만 연정을 할 때는 정당간 분명한 정책협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분명해야 한다.” 지난 5월 김대중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도 일본식 연정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문제는 머저리티(다수)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점이다. 다수가 안 되니까 정치가 항상 불안하고 경제도 불안해지고 국민도 분열된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원내 1당과 2당이 정치적 협정에 의해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대통령이 당적을 떠나는 지혜를 모으자고 제안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 당이 거국내각에 참여해 자리 몇개 얻자는 차원이 아니다. 물론 어렵다는 것은 안다. 대통령과 이회창씨 사이에는 완충지대가 없다. 자민련하고 만들었으면 그거라도 분명히 해야 하는데 이건 공조체제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대통령이 정국 운영의 융통성과 묘를 발휘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다시 합칠 가능성은? “이회창씨가 다시 내게 뭐라고 할 수 있는 명분이 있느냐.” 김영삼 전 대통령과 손잡을 수도 있는가.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을 방문해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가. “YS가 내게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위에서 말한 대로 내 생각을 얘기했더니 YS도 ‘공감한다’고 그랬다.”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를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만들 것이란 예상이 많다. “아직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다. 여러 사람 놓고 생각하면 한번 고려해 볼 수도 있지 않나.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도 많은데…. 물론 원론적 차원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박부총재가 만나자고 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문제를 내게 상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기념관을 서울에 짓는다 하니 그건 그대로 하고, 구미는 구미대로 지으면 된다고 말했더니, 박부총재가 자기 생각도 그렇다고 하더라.” 한나라당 이총재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가. “지금 이회창씨는 대안부재론 때문에 자리를 굳히고 있지만 요즘은 회의론도 부쩍 늘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영남은 이회창씨를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반 DJ 정서에 따라 한나라당을 지지할 뿐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대통령후보로 만든 사람도 배신했는데, (한나라당 인사들이) 자기들도 배신당할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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