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北문화재순례]


아, 저토록 당당할 수 있을까. 1천5백년 전 대륙에 떨쳤던 고구려의 기상이 백호(白虎)의 포효를 타고 오늘에 전해지는 느낌이다. 평안남도 강서군 약수리에 있는 고구려의 약수리 고분벽화 (4세기 말~5세기 초·1958년 발굴) 중 「백호」의 최근 컬러사진. 동아일보가 입수한 북한문화재 사진 3백여점중 하나다. 부리부리한 두 눈과 떡 벌린 입, 곧추세운 발톱이 선명한 흑갈색 선에 실려 백호의 용맹과 고구려인의 웅혼한 기백, 자신감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백호의 왼쪽 앞발이 약간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힘과 생동감, 균형과 조화, 나아가 고구려 문화의 대륙적 기백이 넘쳐흐른다. 이 벽화는 약수리고분의 널방(시신이 안치된 주실·主室) 서쪽벽에 그려져 있다. 이 외에도 널방 동쪽엔 청룡(靑龍), 남쪽엔 주작(朱雀), 북쪽엔 현무(玄武)가, 널방 앞의 앞방(전실·前室)엔 행렬도 사냥도 등이 그 당당함을 뽐내고 있다. 인간세계에 그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 지 40년, 백호의 윗부분이 다소 퇴색하기는 했지만 보존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이광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