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반도체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논의 중인 출자전환이나 채무 만기연장 등 단순한 채무조정만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하며 향후 5년간 최소 4조원 이상의 신규자금 지원이 있어야 경쟁력 회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가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 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대상자 대부분은 신규자금 지원이 없다면 회생 가능성이 30% 미만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문▼ |
-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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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들은 “연간 2조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해야 하이닉스는 장기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당분간 큰 폭의 영업적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감가상각비 등을 통한 내부조달 자금 이외에 연간 8000억원씩, 향후 5년간 4조원의 신규자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경기 언제 회복되나〓하이닉스 조기 회생을 위해 D램 가격 반등은 가장 우선적인 조건.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면 채권단의 자금지원에 대한 부담도 줄지만 늦어지면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동제 팀장만 반도체 경기의 연내 회복을 주장했으며 나머지 애널리스트들은 2002년 2분기에서 4분기 이후에 회복된다고 답했다. 특히 구본준 연구위원은 부실 반도체 기업이 퇴출되기 전까지는 공급과잉이 지속돼 회복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이닉스가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D램(128메가SD램 기준)의 가격은 최소 3달러 이상. 현재는 현물시장에서 1.8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최석포 연구위원은 원리금 상환과 신규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6∼7달러대까지 올라야 한다고 분석했다.
▽자금지원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나〓대부분이 원리금 상환 압박과 대규모 영업적자로 연말 또는 내년 1분기 중 채무불이행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증자나 주식예탁증서(DR) 발행 등은 ‘꿈도 꾸기 어렵다’는 의견. 최석포 연구위원은 “하이닉스는 금년 3분기와 4분기에만 1조3000억원의 원리금을 갚아야하는데 채권단의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투입이 없다면 올해를 넘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진영훈 연구위원도 “신규자금 지원이 없다면 2002년 하반기 이후 현금흐름이 급속히 악화돼 채무불이행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김영준 선임연구원은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사업부문의 매각이 예정대로 연내에 이뤄지지 못할 경우 금년 말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TFT-LCD 매각, 예정대로 진행될까〓하이닉스는 TFT-LCD 사업부문을 연내 매각해 약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겠다고 자구계획안을 통해 밝혔지만 이 또한 불투명한 상태.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연내 매각이 불가능하며 팔리더라도 헐값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TFT-LCD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하이닉스의 사정이 워낙 급박해 인수를 노리는 대만의 칸도(Cando) 컨소시엄 등이 큰 폭의 가격 삭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부도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대규모 금융위기와 함께 제2의 대우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주장. 민후식 연구위원은 “하이닉스가 부도날 경우 채권가격이 일제히 폭락하고 은행권의 부실이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 제2의 대우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동제 팀장은 현 정권의 정치적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반도체 업계는 최대의 호재를 만나게 돼 D램 가격 등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론▼ |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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