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제목이 강렬하다. 그 자체가 話頭이다. '붓다가 가르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붓다가 가르친 것? 혹은 붓다가 가르치지 않은 것? 이 선문답은 '경계짓기'에 익숙한 합리적
이성에 분명 혼선을 가져다 준다.
이 책은 캐나다 저널리스트겸 작가인 팀 워드의 자전 구도소설이다. 그는 동양의 정신, 철학, 문화전반에 관심이 많은 작가이다. 그는 동양의 정신을 막연한 신비감만으로 바라보지 않고 몸소 체험하며, 끊임없이 동양의 정신에 다가선다.
"수도원에 있는 허비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였다. 석가탄신일에 절에서 성대한 행사가 베풀어지는 와중에 허비는 연꽃을 두손에 쥐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팀이 다가서자 허비는 "물탱크는 쇠로 만들었어요. 촛불은 법당앞에 있어요"라고 무심히 말했다. 팀은 그말을 통해 무언가 깊이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허비는 사물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물을 모습이나 형태에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았던 것이다."('물탱크는 쇠로 만들어졌다'중에서)
이 소설의 중심부에서 내내 맴돌며(?) 던져지는 물음은 '깨달음'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주체와 객체, 자아와 타자, 중심과 주변등 '대립항'들의 '융합'과 '경계허물기'를 통해 살며시 드러난다.
인간이 겪는 문제와 해결이 따로 존재하는가? 깨달음과 깨닫는 이가 따로 존재하는가? 붓다가 가르친 것과 붓다가 가르치지 않은 것이 따로 존재하는가? 결국 이 책에서는 '깨달음이란 누구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도 얻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는 모호하면서도 심오한 영적 깊이를 느끼게 하는 화두를 던져놓고 독자들이 그 해답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반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거대한 코브라가 살고 있고, 마실 물에는 벌레가 둥둥 떠다니는 태국 동북부의 소승 불교사원에 머물면서 겪은 내적 갈등과 수행과정을 흥미있게 그리고 있다. 재미있고, 고정관념을 깨주는 우화, 비유, 영적인 통찰력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종교'를 떠나 읽을 수 있는 명상서이다. 깨달음을 얻은 자의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를 다룬 이책은 물질 만능주의속으로 침몰해가는 이 시대를 향해, 자본과 물질에 염증을 느끼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영적탐험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 팀워드는 밴쿠버의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양철학을 전공한 그는
동양의 정신세계에 심취되어 약 2년동안 인도의 카슈미르에서 마드라스를 거쳐 인도네시아의 다카와 수마트라, 중국의 상하이, 티벳의 수도인 라사에 이르기까지 사원과 아쉬람(암자)를 찾아다니며 동양의 가르침과 수행을 직접 체험했다. 그는 이 소설 '붓다가 가르치지 않은 것'외에도 '거룩한 용의 눈물'(1993), '여신 깨우기'(1996) 두권을 더 저술했는데, 모두 자신의 정신적 기행을 소설로 풀어내고 있는 작품들이다.
최용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 지은이:팀 워드 ■ 옮긴이 : 나종근 ■ 펴낸곳:드림북스 ■ 값: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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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의 제목이 강렬하다. 그 자체가 話頭이다. '붓다가 가르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붓다가 가르친 것? 혹은 붓다가 가르치지 않은 것? 이 선문답은 '경계짓기'에 익숙한 합리적
이성에 분명 혼선을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