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사태로 인해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혼란에 맞닥뜨려있다. 현실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일정한, 혹은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은 통일분제라고 다르지 않다.
올여름 통권 100호를 맞은 계간 '창작과 비평'의 편집인이자 '민족문학론' '분단체제론'을 제시하며 문학과 통일문제에 관한 포괄적인 논의의 장을 열었던 백낙청교수(60.서울대 영문학과)는 최근 사회비평서 '흔들리는 비평체제'(창작과비평사 펴냄)를 통해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통일을 이룩할 훈련과 구상을 진전시킬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저서는 크게 세게체제및 남북한 양체제와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개념으로서 '분단체제'론의 골격과 노동 여성 환경운동 등의 사회운동을 아울러 분단체제 극복운동의 일상화에 대해 논의한 1장, 당면한 IMF사태하에서의 통일사업의 방향과 내용을 고민한 2장, 4년전의 저서 '분단체제 변혁의 공부길'이후에 쓴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부길'이 논의점들을 단편적으로 모은 책이라면, 이번 것은 '분단체제'라는 개념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정리를 시도했고, 이른바 거대담론이라는 것과 현실정세를 결합해 일관된 이론적 틀을 보여주려 했다"고 백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90년대 초중반 혼란을 겪었던 분단체제 극복운동이 일상화한 큰 계기로 지난해 시작된 '북한동포돕기운동'을 예로 든다. 그러나 이조차 IMF로 난관에 봉착하면서 그 운동 역시 단순히 동포애나 인도주의라는 논리에서 전개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운동을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남한의 실업자문제나
내수활성화문제, 북한의 식량과 의료지원 문제등을 결합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기적으로 IMF 경제난을 돌파하는 과정이나,현재 정부와 기업주도로 이뤄지는 통일사업에서도, '분단체제 극복'이라는 중장기적인 과제를 상정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태도와 대책 또힌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남북한 모두 당장의 어려운 처지 때문에 전격적인 통일을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오히려 지금이 서로에 대한 의혹이나 부담감없이 교류와 단계적 통일을 진전시켜 나갈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번 저서에서 노사정타협의 필요성이나 통일사업 주체의 다원화를 인정하는등 일방적인 '급진'이나 '타협'의 어느 쪽도 지양하며 '현실적 실천방안'을 찾겠다는 생각을 표시했다. 이를 '중도주의'라고 표현한 그는 이 단어가 필연적으로 짊어지게 될 '양쪽'으로부터의 비판을 기꺼이 감내하면서 그로부터 더 발전된 '분단체제 극복논의'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신<동아일보 뉴스플러스기자>
■ 지은이:백낙청 ■ 펴낸곳:창작과 비평사 ■ 값:7,500원
All rights Reserved.
I
MF사태로 인해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혼란에 맞닥뜨려있다. 현실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일정한, 혹은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은 통일분제라고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