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산정에 배를 매고

노촌 이구영선생. 1920년 충북 제천에서 출행. 6세부터 한문공부. 벽초 홍명희선생께 배움. 38년 영창학교 입학 42년 황한한의원 입학. 43년 합천독서회사건으로 1년간 수형생활. 50년 북으로 넘어감. 58년 남으로 내려옴. 두달만에 간첩으로 체포됨. 80년 22년만에 가석방 출소. 84년 '이문학회'창설.
먼저 소개한 이구영선생의 간단한 '해적이'이다. 이 책 '山頂에 배를 매고'는 노촌 이구영선생이 조선봉건사회, 일제식민사회, 북한사회주의사회, 20년의 감옥생활, 그리고 남한자본주의사회를 온 몸으로 겪으면서 흐트러짐이 없이 살아온 정직한 삶에 대한 기록이다.
그와 많은 세월을 옥중에서 함께 살아온 신영복선생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일생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는가를 준별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 사람의 일생에 그 시대가 얼마나 담겨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시대를 비켜간 인생을 정직하다고 할 수 없으며 하물며 시대를 역이용하여 자신을 높여 간 삶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그 인생의 정직성은 그 사람의 인생에 담겨있는 시대의 양(量)이라고 할 수 있다" 고 말하며 노촌선생님을 기리고 있다.
또 한 명의 '옥중동지' 심지연교수는 발문에서 "선생의 생애는 우리 민족의 모든 모순이 철저하게 폐화된 삶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양반 집안의 종손으로 개화의 물결을 맞으면서 겪은 봉건적인 모순과 일제의 침략에 맞서 고귀하고 장렬한 항일투쟁을 전개했던 의병의 후손으로 뼈저리게 느꼈던 민족적인 모순, 그리고 해방후 질풍노도처럼 몰아닥친 계급적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한다.
두 선생님의 말말고 무슨 이야기가 필요할 것인가. IMF와 생존위기를 겪는 남과 북의 요즈음 상황에서 남과 북을 함께 겪으며 살아온 노촌의 삶은, 우리 민족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새삼 느끼게 해줄 것이다.
최영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심지연 지음 ★ 개마서원 ★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