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방랑시작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방랑 시작’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산문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이책은 열아홉에 출가하여 삼십 년 가까운 수도생활을 한 재연스님이 불교 원산지 인도의 푸나 대학에서 불교를 연구하면서 느꼈던 이야기와 삽십년 세월의 깊이에 담긴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의 순간들, 그리고 삶의 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 얘기들은 더러 눈물이 나올 만큼 가슴을 아리게도 하고 더러는 배꼽을 잡을 만큼 우습기도. 길고 짧은 여러 얘기를 읽다보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감동과 읽은 후에도 한동안 두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게 하는 긴 여운을 남긴다.
또한 이 산문집의 후반부는 인도의 여러 성지를 직접 순례하며 원시 불교와 관련된 주요한 주제에 대한 필자 나름의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이 활달한 문장과 함께 있으며, 또한 현지 사진들과 함께 실려 있어 생생함을 더해준다.
이 산문집은 불교를 이해하는 데 유익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시인 안도현씨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 “각각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삶의 속내를 또렷하게 집어내고 있다”며 “봄밤 절 입구에 걸려 있는 연등처럼 환하고 애잔하다”고 평했다.
한편 필자는 중국대륙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온 불교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 확인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10여년간 천축국(天竺國)에 머무르면서 산스크리트어와 파리어를 익히면서 틈틈이 불교의 초기 경전을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기도.
재연스님은 1953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열아홉 살에 선운사로 출가한 이후 전국각지의 선방에서 수도했고, 태국을 거쳐 1985년부터 인도에서 유학, 현재 푸나 대학에서 산스크리트 박사과정을 밝고 있다.
김진호<마이다스 동아일보 기자>

재연스님 지음 ★ 문학동네 ★ 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