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죽어가는 자의 고독

'죽어가는 자의 고독'은 '죽음에 대한 문명사적 고찰'을 다룬 보기드문 책이다.
그동안 죽음에 대한 문학적, 생물학적, 종교적 고찰은 많았지만, 이와같이 문명사적 관점에서 사회학적 접근을 이뤄낸 저서는 찾기 힘들었다.
이 책은 현대인의 죽음을 고찰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현대적 삶을 조명한다. 바로크 시대의 죽음과 현대인의 죽음을 비교 고찰하면서, 죽음을 단순한 생물학적 과정 이상의 사회적인 현상으로 해명하고자 한 것이 저자의 의도.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푸코가 '性' '감옥'의 역사를 통해, 국가사회-제도-의식의 변화상을 해명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푸코는 '性' '감옥'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식'의 이름으로 은폐되어 어떻게 이데올로기화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엘리어스 역시 '죽음'이라는 생물학적 과정 그 자체보다, 사회발전의 각 단계에서 형성된 죽음의 표상, '죽음에 대한 태도'를 중시한다. 죽음을 둘러싼 현상들을 역사적으로 비교 고찰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끊임없이 죽음을 은폐하면서 삶을 통제하는 현대문명의 취약성, 그리고 그 그늘에서 외롭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이 책은 나치의 탄압으로 망명지를 전전하면서 쌓아온 그의 이론적 사유가 뒤늦게 결실을 맺기 시작했던 노년기 저작. 파슨스까지 전통사회학자들의 이론적 틀이 되어왔던 개인과 사회의 이분법을 깨뜨리고 양자의 통합을 꾀하는 독특한 방법론을 취함으로써, 미시 사회학과 거시 사회학의 가교를 놓았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았다.
저자 노베르트 엘리아스(1897-1990)은 독일 브레슬라우에서 출생하여 브레슬라우 대학에서 의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1924년 '이념과 개인'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유태인이었던 그는 1933년 등장한 나치정권의 탄압을 피해 파리, 영국 등지를 전전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표적 저작 '문명에 과정에 관하여'를 출간했다. 1977년 아도르노 상을 수상한 그는 학계의 뒤늦은 조명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학의 거장으로 확고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최용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노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 김수정 옮김 ★ 문학동네 ★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