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추억속으로

서정적이면서도 섬세한 문체가 돋보이는 이명행의 신작소설 '추억속으로'는 애잔한 리코더 연주를 듣는 듯하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오랜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에 대한 배신감에 괴로워하는 주인공은 한순간 삶이 정지되어 버린 듯한 허탈감에 미국의 잭슨홀이라는 작은 마을로 쫓기듯 떠밀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늑대'를 찾는 한국인 입양아 세린을 만난다.
그녀는 자기 존재의 부리를 잃어버린 상실감에 방황하고 있다. 존재론적 위기감에 흔들리는 남자, 뿌리를 잃어버린 상실감에 흔들리는 여자, 두 영혼은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는 '숲의 영혼'이 된다.
주인공은 우연히 거대한 태양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이끌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시간적인 존재인 인간은 결국 그 개념이 무의미한 '블랙홀'속으로 사라져 가고, 남아있는 이들은 추억만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이 소설에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배경과 요소-옐로스톤 국립공원, 제니 호숫가의 작은 오두막, 숲의 영혼, 마지막 인디언 샤이엔족등-가 자주 등장하는데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잘 어우러져 모두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환경보호와 인간의 자아를 찾는 과정을 치밀하게 연결시킨 이 소설은 신들린 듯이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영혼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 이명행은 1957년 나주에서 태어나 서울예전 문창과를 졸업했다.93년 문지사 창작선에 장편 '황색새의 발표'를 발표했고 '새야새야' '우상의 숲' '노란 원숭이' 창작동화 '원시소년과 평원의 왕'을 펴냈다.

이명행 지음 ★ 해냄출판사 ★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