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엘리베이터

탈현대적 소설의 새로운 미학의 징후를 보이는 여성작가 송경아씨의 3번째 소설집 ‘엘리베이터’가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작가 송경아씨의 소설의 주류는 대체적으로 구체적 경험보다는 우연적이고 일시적인 삶의 상황에서 오는 느낌과 이미지로 전개된다. 이성이나 현실 논리로는 포착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지배하는 그의 소설은 현실궤도를 이탈하면서 무한히 팽창하는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에 연유한다.
구체적으로 ‘엘리베이터’내용을 살펴보자.
“엘리베이터는 내려가고 있다. 욕망에 휩싸인,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초고속 유성이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팎에서 번쩍거리는 불빛은 이들의 꿈과 갈구에 계속 불을 붙이고 있다. 이 작은 사각의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무력하게 가속도에 몸을 내맡긴다.”<중략>
“여자가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귓가에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 자, 어서 날 그 꿈과 감동의 세계로 인도해 봐요”<중략>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녀의 性행위를 묘사하는 ‘유별난 설정’은 한마디로 ‘송경아식’의 극단이다.
충격적인 묘사와 대사로 일관하고 있는 이 작품은 엘리베이터라는 폐쇄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욕망의 다양한 형태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 쌍의 젊은 연인들이 남이 보든 말든 노골적인 섹스를 즐기는가 하면, 젊은 회사원은 엘리베이터걸 뒤에서 xx를 비비며 허리운동을 하고, 그것을 지켜보던 노인은 안주로 삼기 위해 개를 구워 먹고, 화장한 여자를 꼬셔 옷을 벗기는 데 성공한 소설가는 고자임이 탄로나 뺨을 맞는다. 엘리베이터 안은 추악한 욕망과 극악스런 추태가 벌어지는 장소로 표현된다.
작가의 이러한 경향에 대해선 한마디로 현실에서 환상으로, 환상에서 현실로의 그와 같은 자유로운 이동은 황폐한 현실 문명 저 너머로의 숨가쁜 탈주를 꿈꾸는 현대인의 상상과 모험을 표상하는 것으로 압축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독자들은 있을 법하지만 쉽사리 일어날 수 없는 예외적 사건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특유의 상상력과 더불어 리얼리즘이 압도하는 우리 소설사에 당찬 도전장을 낸 한국문학의 미래을 짊어질 차세대 주자라는 점에서 작가를 기억해 두자.
젊은 작가 송경아씨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전산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계간 「상상」에 ‘청소년가출협회’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소설집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중 사례연구 부분인용’등과 장편소설 ‘아기 찾기’가 있다.
김진호<마이다스 동아일보 기자>

송경아 지음 ★ 문학동네 ★ 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