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사죄와 망언사이에서

종 전 50년이 지났으나 식민지 지배와 2차대전 전쟁책임의 문제는 일본과 주변국가들 간에 끊임없는 갈등의 계기로 남아 있다.
이 책은 부제 '전후 일본의 해부'가 말해주듯 일본 전후세대 지식인의 패전후 일본사회에 대한 심층분석이자. 진정한 사죄의 논리를 구축하고자 하는 모색의 결실이다.
전후 일본에서는 한편으로 전쟁책임을 질 것과 아시아의 2천만 전쟁희생자에 대한 사죄와 보상, 전쟁포기조항을 포함한 평화헌법의 수호를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과, 다른 한편으로 대동아공영권의 정당성 인정과 일본내 3백만 전쟁희생자에 대한 애도, 미군정하에서 강요된 평화헌법의 개헌을 주장하는 보수주의자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대결구도의 근원적 결함을 지적하는바, 진보주의자의 논리는 일본이라는 진정한 자아가 없는 상태에서 나타난 손쉬운 자기부정으로, 2차대전의 종전이 일본에게 오욕임을 바로보지 못한다면 아시아에 대한 사죄는 표면적인 사죄에 그치게 된다는 점을 비판한다.
마찬가지로 보수주의자들의 개헌 주장 역시 감정적 민족주의를 등에 업고 자국의 사망자를 애도하며 역사를 왜곡 미화하려는, 그들 스스로도 알면서 고집하는 억지논리임을 꼬집고 있다.
전후 일본의 이 두가지 모습은 '일본이라는 자아' '역사를 이어받는 주체'가 없는 상태에서 비롯된 인격분열의 양상이며,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사죄발언과 망언 역시 여기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1부 패전후론(敗戰後論)과 2부 전후후론(戰後後論)과 3부 '말투의 문제'로 나뉘어져 있는데, 저자의 정치와 문학, 국가라는 공동체와 그 수용주체로서의 개인등에 대한 깊이있는 사고를 느끼게 한다.

카또오 노리히로(加藤典洋) 지음 ★ 창작과비평사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