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어면순(禦眠楯)

조 선시대 육담(肉談) 우스개집 '고금소총(古今笑叢)'을 모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우리 조상들의 성(性)에 대한 해학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러나 '어면순(禦眠循)'-잠을 쫓는 방패라는 뜻은 누구나 생소한 책일 것이다. 조선시대 문사 송세림(1479-?)이 편찬했는데, 외설담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남녀의 성(性)상징이 과감하게 노출되어 있다.
모두 82편이 전해지는데 양이 많은 만큼 내용도 다양하여 단순한 재담, 우화, 외설담, 풍자적 시화, 신화성이 있는 동화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외설적인 소재가 단연 우세하다. 1947년 정음사에서 일부가 간행되었으나 전편이 완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에 대한 관심이나 동서고금을 통틀어 일반화되어 있지만, 양반이 극성을 펴는 조선시대에 그 관심을 언어로 표현해 내는 것은 점잖지 않은 일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실제로 '고금소총'이나 '촌담해이' '태평한화골계전'등도 위엄 가득한 양반들이 편찬한 것이다. 딱딱한 한문공부를 하는 가운데 배꼽을 잡고 둥글만한 이야기는 역시 섹스이야기가 최고였으리라. 그러면서도 서문에서 강조한 것은 '웃음 자체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훈계에 목적이 있다'고 했으니, 곧 죽어도 권위를 찾는 양반들의 위선이여.
거침없는 풍자와 촌철살인의 익살과 해학으로 읽는 이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이 책은 조선시대 반상(班常)은 물론 임금님도 이불 속에서 몰래 읽으며 파안대소했다고 전해진다. IMF 스트레스를 마음껏 해소하기 맞춤인 책이리라.

윤석산 편역 ★문학세계사 ★7,800원★ 2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