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동아일보매거진:주간동아 205호]

■커버스토리/강남사람 강북사람 화려한 南, 고고한 北 명소 8곳 입체 비교... 권력의 거리도 南으로 중심이동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강북과 불과 30여년만에 서울의 새 중심지로 욱일승천한 강남. 강남의 부상은 서울의 권력과 패션`-`문화`-`여가생활 중심지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 청담동 명품거리와 이화여대 앞

강남패션의 상징적 리더는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청담동 사거리로 넘어가는 언덕에 자리한 명품거리. 1km 정도 구간에 아르마니, 프라다, 구치, 질센더, 발리 등 세계 유수의 명품매장 30여개가 들어서 있다. 세계적 유명브랜드의 현지 점포와 똑같은 인테리어와 상품으로 꾸며진 이 매장들은, 과거 물좋던 로데오거리에 대중이 몰려들자 지금의 자리로 피신해 들어가 ‘그들만의 거리’를 조성했다.

정장 한벌 150만~250만원, 가방은 최하 100만원 단위를 훌쩍 넘는 게 보통. 일반인이 찾기엔 대중교통 수단도 마땅치 않다. BMW가 가장 흔한 차종. 매장 앞에 차를 대면 주차서비스까지 해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매장마다 개인취향까지 파악한 VIP명단을 확보, 전화로 ‘물건’이 들어 왔음을 알린다. 수입예정인 상품이 예약만으로 매진되는 사태도 다반사.

강남이 부상하기 전까지 명동과 더불어 내로라 하는 멋쟁이들의 산실이었던 이화여대 입구는, 구석구석 자리한 옷가게에서 ‘짜가’ 명품들을 부담없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중고생은 물론 주머니가 가벼운 멋쟁이들이 즐겨찾는다. 한벌에 3000원짜리 티셔츠, 1000원짜리 액세서리도 이화여대 앞에서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200만원짜리 아르마니 정장과 흡사한 정장을 20만원에, 100만원짜리 구치 시계 ‘카피’도 2만~3만원이면 살 수 있다.

● 서초동 권력타운과 광화문 네거리

수백년간 우리 역사와 정치의 중심무대였던 광화문 네거리. 조선왕조의 옛 궁궐이 있고 청와대, 정부중앙청사, 외국 대사관 같은 관공서가 포진한 전통적인 권력의 거리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사이 권력중심지의 판도도 많이 달라졌다. 예술원 학술원 국립중앙도서관 대법원 검찰청 사법연수원 등이 서초구 서초동 일대로 옮겨가면서 이 일대가 명실상부한 ‘신 권력타운’으로 부상한 것. 색깔로 치자면 ‘무거운 회색’에 가까운 이 권력타운은 강남을 단순 소비와 상업 중심지에서 한국을 움직이는 권력의 중심지, 내로라 할 인재들이 모여사는 ‘브레인 타운’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강남 집중육성 과정에서 예술의전당이 지어지면서 문화예술의 중심도 절반 이상 강남으로 옮겨진 셈. 광화문에 자리한 세종문화회관이 사통팔달의 교통과 대중적 기획으로 강북 공연문화를 대표한다면, 서초구 우면동 예술의전당은 고급 예술을 지향하는 공연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영화 ‘용가리’도 상연되고, 패티김 나훈아 등 대중가수들의 공연도 접할 수 있다. 반면 예술의전당은 한 차원 높은 고급 예술을 지향한다. 그러나 “고급예술을 표방하면서 지나치게 상업주의적 면모를 보인다”는 비판도 심심치 않게 받는다.

지난 9월 민간 재단법인 체제로 재출범한 세종문화회관이 ‘강북 공연거점 회복’을 표방하고 나서면서 예술의전당과 관객 모으기 경쟁이 벌어질 전망.

● 휴일에 찾는 롯데월드와 고궁

휴일. 자녀들과 자가용을 타고 가 즐기는 롯데월드와 대중교통 수단으로 찾아가 한적한 시간을 보내며 차 한잔 즐기는 고궁에서의 여가는 또 하나의 비교대상.

거대한 공간에 화려한 조명, 첨단 놀이기구, 움직이는 곳마다 돈을 써야 하는 롯데월드가 강남문화의 상징이라면, 도심 곳곳에 자리한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 고궁들과 인사동 거리는 강북만이 지닌 휴식과 문화의 공간. 역사의 정취와 선조들의 숨결을 호흡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은 강남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