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동아일보매거진:주간동아 205호]

■사회 13년 전 '용공 조작 사건' 도마에 진상규명특위 "재단측이 조작 의혹" 당시 수사기록 공개 요구

최근 김문기 전이사장이 재단 복귀를 시도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는 상지대(강원도 원주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대학의 ‘86년 용공조작사건 진상규명투쟁위’ 소속 학생들은 당시 재단측이 사건을 조작한 의혹이 있다며 10월4일 강원지방 경찰청에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 사건이 의문만 남기고 미해결 사건으로 종결되어 당시 혐의자로 몰렸던 학생들의 명예가 아직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사건은 86년 10월14일 밤 10시경 상지대 본관 앞뜰에서 일어났다. 당시 본관 3층에서는 150여명의 학생들이 재단의 강사채용 비리에 항의하며 농성을 하고 있었다. 그때 본관 어딘가에서 ‘가자, 북의 낙원으로’ ‘전두환은 김일성수령님과 타협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불온유인물 80여장이 교정에 뿌려졌다.

이튿날 새벽 즉각 경찰이 투입되어 학생들을 연행했다. 원주경찰서는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지만 이들이 유인물을 뿌렸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뒤이어 수사에 나선 강원도경 대공과는 유인물이 대학의 교무처 복사기로 복사됐으며, 글씨체도 학생회 타자기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때부터 경찰의 수사는 소극적으로 돌변했고, 학생들은 모두 혐의없이 풀려났다. 그러나 당시 언론들은 유인물의 내용과 경찰의 초기 수사상황만을 대대적으로 보도, 학생들을 용공분자로 몰아갔고, 이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불이익을 당했다.

“재단복귀 노리는 김문기씨에 치명타”

95년 10월 시사주간지 ‘NEWS+’(현 ‘주간동아’)는 사건 당시 치안본부 고위간부였던 K씨로부터 “수사결과 학생과 직원 등 교직원들이 유인물을 제작, 이를 교무과 복사기로 복사한 뒤 경비원을 시켜 교정에 뿌리게 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증언을 얻어냈다. 이들은 학생들의 농성진압을 위해 경찰을 불러들일 목적으로 일을 저질렀으며, 사건을 주도한 인물은 김문기씨의 사위인 당시 상지대 기획실장 황모씨였다고 자백했다는 것(‘NEWS+’ 95년 10월5일자 참조). 그러나 이 무렵은 주요 대학에 ‘불온 대자 보’가 내걸리고, 신민당 유성환의원이 국시(國是) 발언으로 구속되던 공안정국이라 치안본부장이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상지대생들이 지금에 와서 13년전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고 나선 것은 수사기록을 통해 재단측의 용공조작 사실이 밝혀질 경우 ‘명예회복’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재단 복귀를 노리는 김문기씨의 도덕성에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교직원들의 사건 개입 사실을 뒷받침하는 당직근무일지와 차량운행일지 등을 확보했으며, 최근 K씨로부터도 사건의 진상을 설명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상지대생들은 김문기씨가 75∼76년에도 반유신집회 등을 주동했다는 이유로 9명의 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켰으며, 80년에는 ‘영어교육과 전조영교수가 학생들의 소요를 배후 조종했다’는 진정서를 당국에 제출, 전교수를 파면하고 군사법정에 세웠다고 주장했다.

75∼76년 해직 교수들은 100점 만점인 연구업적평가 항목에서는 모두 만점을 받았으나, 400점 만점인 ‘준법 및 국가안보관’ 평가항목에서는 0∼100점을 받아 재임용심사에서 탈락했다. 이들 중 8명은 면직처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 승소했다. 포고령 위반혐의(계엄하 불법시위)로 보통군법회의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전교수도 육군본부의 고등군법회의에서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복직되지 못했다.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