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동아일보매거진:주간동아 205호]

■국제 CNN 한방 먹인 '스트랫포' 전세계 정보 수집 분석해 띄우는 이메일 뉴스레터... 코소보 사태 때 '족집게 보도'맹위

‘누가 과연 패자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 걸프전이었다. 하지만 승자가 누구인지는 분명하다. 바로 CNN이다.’ 이런 빈정거림은 지난 코소보 사태 때에도 나왔다. 누가 코소보 전쟁의 승리자인가.

그러나 이번에는 CNN이 아니다. 스트랫포(Stratfor)라는 작은 사설 회사이다. 스트랫포는 ‘전략 예측’(Strategic forecasting)에서 따온 조어다. 미 텍사스 오스틴에 본부를 둔 이 사설 정보 분석 회사는 1995년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정치학 교수였던 조지 프리드먼(George Friedman) 현 회장과 그 아내인 메러디스, 그리고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학생팀에 의해 창립됐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은 전세계에 떠도는 각종 정보를 수집, 분석해 전세계에 퍼져 있는 회원에게 띄우는 GIU(Global Intelligence Update)라는 이메일 뉴스레터다.

스트랫포는 창설 1년 후인 1996년부터 GIU 뉴스레터를 보내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이 뉴스레터는 일종의 ‘ 판촉용’, 다시 말해 ‘시장 개척용’이었지만 그 정확도와 신뢰도에 무게가 실리면서 점점 더 많은 전세계 기관과 기업들이 이를 애독하게 되었다. 현재는 세계 1000여개 기업과 각국의 방위산업체들이 GIU를 꼼꼼히 읽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의 대다수도 GIU의 열혈 독자들.

인터넷 공개자료 정보서 자료수집

흥미로운 것은 GIU의 근거 자료가 무슨 대단한 기밀 문서가 아니라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널려 있는 ‘공개자료 정보 ’(open-source intelligence)라는 점이다. 전세계를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한 인터넷의 위력을 십분 활용한 결과다.

1995년 미 중앙정보국은 중앙 아프리카에 있는 부룬디 공화국의 관련 데이터를 누가 가장 많이 모을 수 있는지 공개 경연을 개최한 적이 있다. 월등히 뛰어난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팀은 버지니아주의 보잘 것 없는 Open So-urce Solutions라는 이름의 회사였다.

스트랫포가 지난해 말 미국의 이라크 공습 당시 주가를 올린 것도 이 공개 자료 덕분이었다. 98년 12월말의 이라크 공습이 사담 후세인을 징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공개 자료가 나오기 시작하자 스트랫포는 중동 지역의 각종 신문에서부터 이라크의 반체제 뉴스에 이르기까지 수천 종에 이르는 관련 자료들을 긁어 모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스트랫포는, 이라크 공습은 미국이 지원했던 이라크 내의 쿠데타를 숨기기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졌다는 결론을 내리고, 1월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인터넷에 이 기사를 올리면서 이라크 육군 3군 지휘관이 후세인에 의해 처형된 것은 쿠테타가 진압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GIU의 진가가 가장 극적으로 발휘된 것은 코소보 사태에서였다. 스트랫포가 인터넷에 띄워놓은 코소보 사이트는 나토군의 공습 포탄이 떨어지자마자 그 즉시로 언제 어느 지역에 포탄이 떨어졌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그 지역에 살면서 GIU 뉴스레터를 이메일로 받아보던 50여명의 구독자들이 시시각각으로 공습 상황을 스트랫포에 알려주었던 것이다.

나토군 공습 때 포탄투하위치 중계

그쯤 되면 GIU 정보의 신빙성에 대한 프리드먼 회장의 자신감이 공감된다. “우리는 단순히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모아 뭔가를 재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결코 드러지리포트의 맷 드러지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칵테일 파티에는 가지 않는다”고 못박는다. 칵테일 파티에나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들은 것을 기사화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스트랫포의 정보 분석 및 전망 능력은 이미 전세계적인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 위기 및 인도네시아의 정치 경제 상황 예측, 1998년 인도-파키스탄의 핵 실험 대결과 역시 지난해의 이란과 미국의 국교 수교 예측 등도 스트랫포의 진가가 발휘된 작품들이었다.

시사주간지 타임도 스트랫포의 약진에 주목하고 있다. 타임은 지난 1월 ‘인터넷이 세계의 가장 위험한 게임을 바꾸어 놓고 있다’ 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트랫포의 ‘위대한 게임’을 소개했다. ‘네트’라는 이름의 신종 스파이 기술(?)이 얼마나 경이로운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분석했다.

프리드먼 회장은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그는 담대하게도, CNN을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 첫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CNN에 한방을 먹이고 있다. 우리 기사가 (CNN보다) 훨씬 빠를 뿐만 아니라, 분석도 더 훌륭하다.”

그의 드높은 자신감이 어디까지 이를지 관심거리다.

이흥환/ 워싱턴 통신원 leeheungh@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