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동아일보매거진:주간동아 205호]

■국제 오페라 하우스는 '미완성 하우스'

올해로 개관 26주년을 맞은 오페라하우스는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일 뿐만 아니라 20세기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7개의 아름다운 돛을 달고 막 노저어 떠날 것만 같은 오페라하우스는 마주 서 있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 하버 브리지와 함께, 시드니라는 도시를 먹여 살리는 달러박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오페라 하우스는 미완성 건축물’이라고 보도해 화제가 되고 있다. 건축 당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상당부분의 인테리어 시설을 생략했고 여러 군데의 무대 시설도 설계 변경됐다는 것이다.

객석 뒤쪽엔 현악기 소리 잘 안들려

1954년 시드니가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는 큰 상금을 걸어놓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오페라하우스 설계 공모전을 벌였다. 1957년까지 3년 동안 계속된 공모전에 233명의 설계자들이 응모하여 덴마크 출신 존 웃존(Jorn Utzon)의 작품이 당선됐다. 그는 바다를 일부 매립하고 여기에 기둥을 박아 바다 위에 떠있는 극장을 짓는다는 대담한 구상으로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1959년부터 시작된 오페라하우스 신축 과정을 직접 감리하면서 일생일대의 작품을 만들어 갔다. 그러나 당초의 설계대로 건축하다 보니 공정이 오래 걸리고 건축비용도 엄청나게 많이 들게 돼 NSW주 정부와 부딪치기 시작했다.

당시 주 정부는 건축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전 국민을 상대로 오페라하우스 복권을 발행했다. 복권은 예상보다 많이 팔려 충분한 건축 비용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최고급만을 고집하는 설계자 존 웃존의 끊임없는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는 없었다.

특히 인테리어 시설에 소요되는 경비가 예상을 훨씬 초과하자 주 정부는 웃존의 설계를 변경하여 공정을 진행시켰다. 이에 분노한 웃존은 NSW주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한 뒤 덴마크로 귀국해 버렸다. 1973년 열린 오페라하우스의 개관식장엔 호주의 국가 수반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참석했으나 정작 극장의 설계자인 존 웃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페라하우스가 건설되던 1967년 호주를 떠난 뒤 단 한차례도 호주를 방문하지 않았다. 어느덧 70대 후반의 노인이 된 웃존은 지난해 오페라하우스 개관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달라는 호주 정부의 초청을 받았으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원래의 설계대로 오페라 하우스를 완공시키라’는 회신을 보냈을 뿐이다.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불만은 설계자만 갖고 있는 게 아니었다. 콘서트홀을 주공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시드니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 에도 드 와트(Edo De Waart)는 “객석 뒤쪽에 앉아 있는 청중은 현악기의 저음 부분과 목관악기 소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면서 공연장의 형편없는 음향효과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주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그는 ‘오페라하우스의 음향 시설을 개선하지 않으면 시드니 심포니의 주공연장을 옮기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당황한 주 정부는 설계자와 상임 지휘자의 요구를 조건없이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뉴밀레니엄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음향 시설을 포함한 미완성 상태의 내부장식 등을 새롭게 단장해 명실공히 세계적인 공연장을 만들어내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주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존 웃존은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봅 카 NSW주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페라하우스 개축 10개년 계획’의 감독직을 맡기로 했다. 마침내 오페라하우스가 완성된 건축물로 다시 태어나게 됐으니 나는 20세기를 살아온 가장 행복한 건축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감독직 수락서에 서명했다.

윤필립/ 시드니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