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동아일보매거진:주간동아 205호]

■문화 채시라 서세원 '움직이는 금고' 출연료만 3억원대 광고모델료 합하면?... "상반기 동안 출연료 0원" 24%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연예인 대부분이 출연료로는 최소한의 생계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10월15일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서 국민회의 이훈평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채로 뽑힌 ‘전속’ 연기자들이 몇년간 단 한번도 TV에 출연하지 못한 채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KBS와 MBC를 합해 지난 1년간 출연료 수입이 가장 높은 연예인은 탤런트 채시라씨로 ‘왕과 비’ 등으로 3억5700만원을 받았으며, 다음으로 코미디언 서세원씨가 3억600만원, 탤런트 최수종씨가 2억1300만원, 코미디언 김국진씨가 약 2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1, 2 참조). 이 자료는 출연료 영수증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나이는 젊지만 고액을 받는 일부 인기 연예인들의 실수입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톱스타들은 방송사와 공공연히 이중계약을 하기 때문에 실제 출연소득은 2, 3배로 늘어난다. 즉 탤런트 최고 등급인 18등급 연예인의 출연료는 약 100만원이지만(60분 기준) 실제로는 200만원이나 300만원 선에서 편당 계약을 맺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광고 수입과 영화 개런티로 출연료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린다.

상위 10명이 출연료 19% 가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타가 많은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스타의 자존심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방송사가 스타를 모셔오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비(非)스타급 연예인들에게는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점이다. KBS에 출연한 연예인 2048명 가운데 탤런트, 가수, 코미디언 출연료 상위소득자 각 10명이 전체 출연료 176억원 중 32억5000만원을 받아 갔다. 연예인 출연료 소득 상위 1.5%가 총 출연료의 18.5%를 수령한 것이다. 특히 KBS가 MBC에 비해 상대적으로 1인 스타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표 6 참조).

한정된 예산을 갖고 운영되는 방송사로서는 톱스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줄이거나 배역을 뺏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가 ‘출연료가 싼’ 사람으로 바뀌기도 하고 ‘전원일기’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던 이웃들이 비싼 출연료 때문에 슬그머니 사라지기도 한다. 결국 조역들이 받춰주는 드라마보다는 반짝 스타 몇명이 벌이는 불륜이나 삼각관계가 드라마의 주류를 이루게 된다.

또한 이같은 스타 의존 제작방식 때문에 많은 연기자들은 TV에 출연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한길리서치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99년 상반기 동안 전혀 출연료 수입이 없었던 연기자가 24%에 이른다(표 5 참조). 또한 97년에 입사한 KBS 공채 19기의 경우 전속으로 매일 출근을 하면서도 두명은 TV에 전혀 출연하지 못했으며, 대부분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출연료를 받았다(표 4 참조). 이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보험영업, 대리운전, 막노동판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대리운전 막노동판 전전하기도

더 심각한 문제는 소수가 방송출연을 독점함으로써, 연예인들에게는 인기를 얻고 스타로 성장하는 지름길이 ‘로비력’에 달려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방송연예인노동조합(위원장 이경호)이 캐스팅을 둘러싼 부정과 비리를 폭로하고 방송사에 ‘캐스팅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것도 “캐스팅을 둘러싼 비리 여지를 차단하고 몇년 동안 단역 제의 한번 받지 못하는 연기자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김기복 연예인노조 사무국장)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고 있는 채시라씨(연예인 노조 여성부장)도 ‘방송사의 독점구조’를 비판하며 ‘캐스팅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조합간부 인사말에서)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

그녀의 발언을 통해 연예인이 얼마나 불안한 직업인지를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MBC에 가장 많이 출연했던 연예인들 중 일부는 요즘 일주일에 얼굴 한번 보기 힘든 경우도 있다(표 3 참조). 이 때문에 연예인들은 인기 있을 때 무리해서라도 겹치기 출연과 광고, 영화 출연과 가수 데뷔 등에 나서 결과적으로 ‘목숨’을 단축하게 된다.

한편 이번 국감에서 연예인들의 출연료와 출연횟수 등을 요청받은 방송사들은 극히 일부 중견 연예인에 한해서만 실명을 확인하는 등 톱스타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급급했다. 이 때문에 최다 방송 출연자에 대한 ‘오해’가 빚어지기도 했는데 KBS와 MBC를 통틀어 가장 많이 얼굴을 내민 탤런트는 최진실도 김희선도 아닌 ‘뽀뽀뽀’ ‘여자 대 여자’ 등에 출연한 아역탤런트 이은지양이었다.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