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동아일보매거진:주간동아 205호]

■정보 과학 "쪽문을 열어라" 틈새 포털이 뜬다 아이팝콘 등 특정지역 겨냥한 포털사이트 유행

아이크 리(한국명 이인근)는 새로운 인터넷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석달 동안 ‘잠행’(潛行)에 나섰다. 헐렁헐렁한 진 차림에 야구팀 모자를 쓴 채 일본과 홍콩, 그리고 서울을 돈 것이다. 그가 주로 찾은 곳은 10대들이 많이 찾는 장소들이었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요즘 10대들을 관통하는 유행과 색깔, 패션 등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애썼다”고 그는 말한다. 경영컨설팅 전문업체인 리테크놀로지를 설립해 이미 성공한 재미기업가로 꼽히는 아이크 리. 그러나 인터넷에서 더 큰 성공 가능성을 찾으려 한 것이다.

아시아 라틴 등 신규시장 노려

그는 “내가 둘러본 아시아 3개국 10대들의 세계는 지금까지 보아온 것과는 전혀 다른 신세계였다”고 말한다. “내가 얻은 결론은, 아시아의 10대들은 음악과 컴퓨터를 사랑하며 팝콘을 즐긴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지난 8월 시작한 새 웹사이트의 이름이 ‘아이팝콘’(ipopcorn)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팝콘의 시작은 별로 순조롭지 못했다. 다섯번이나 주력 종목을 바꿔야 했다. 음악에서 오락으로, 웹중계(Webcasting)로, 다시 동호회로. 우여곡절 끝에 그가 도달한 곳은 ‘15~24세의 젊은이들을 위한 사이버놀이터’(Cyberplayground)라는 개념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터전으로 한 영문 사이트에 이어 한글 사이트가 문을 열었다. 음악 패션 만화 교육 스포츠 오락 등 흥미로운 서비스가 수시로 바뀌며 네티즌들을 유혹한다. 곧 일본과 중국을 겨냥한 사이트도 문을 열 예정이다.

아이팝콘은 인터넷의 새로운 진화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바로 ‘틈새 포털’(Portal·관문사이트)의 등장이다. 저마다 ‘ 포털’임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야후나 아메리카온라인(AOL), 라이코스, MSN 같은 초대형 포털 사이트들을 넘어서기 힘들다. 더욱이 이들 대형 포털 사이트끼리도 공짜 이메일 및 홈페이지 제공, 일정관리 서비스, 주가정보 서비스 등 어슷비슷한 아이템들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당이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본전조차 건지기 힘들다.

후발 인터넷 기업들이 그 틈새를 찾는 것은 따라서 당연한 일. 아시아 시장과 미국내 아시아계, 라틴아메리카 시장과 미국내 라틴계 등은 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으로 비치는 신규 시장이다. 라틴계 인터넷 이용자들을 겨냥한 ‘라티노링크’의 러본 루퀴스는 “아시아나 라틴 지역은 아직 인터넷 비즈니스가 포화상태에 이르지 않은 지역”이라며 “문화적 특성과 차이를 잘 파악해 공략한다면 아직도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라티노링크는 인터넷 열기가 막 시작될 무렵인 1995년에 출범, 이 분야의 선구적 기업으로 꼽힌다.

언어장벽이 최대 걸림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피코지토’는 미국내 라틴계와 히스패닉계를 주고객으로 삼고 있다. 영어와 스페인어 2개 국어로 서비스되며 라틴계 관련 퀴즈와 뉴스, 문화 및 스포츠 정보, 사업정보 등을 주로 다룬다. 피코지토의 컨셉트(내용물) 팀장인 마르코스 물리차스는 “라틴계 공동체의 미국내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정보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용자들의 다종다양한 취향과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 하는 것. 라티노링크와 피코지토 모두 고심하는 문제다. 이미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라틴계 2, 3세들로부터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쿠바 등에서 갓 이민온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그 취향과 심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아시아 지역을 겨냥한 웹사이트들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 일본 한국 등 특정국가 하나만 고려한다면 별문제지만 이들을 공동체로 묶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서로 다른 언어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차이나.콤’이나 ‘시나.콤’ 이 중국과 미국만을 대상으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이다. 출범을 앞둔 ‘클릭투아시아’(Click2Asia)도 아시아 지역보다는 미국내 아시아계를 겨냥하고 있다.

아이팝콘은 이를 ‘신기술’로 해결하려 한다. 바로 실시간(동시) 번역기술이다. 중국과 일본, 혹은 한국 이용자들은 서로 채팅(온라인 대화)을 할 때 각자의 언어로 대화하지만 내 글이 다른 나라 이용자에게 전달되기 전 그 나라 언어로 자동 번역된다. 아이팝콘 한국지사의 안승욱사장은 “채팅에 쓰이는 언어는 비교적 단순하고 초보적이기 때문에 지금의 번역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각 나라나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반영한 ‘틈새 포털’. 인터넷 인구의 급속한 확산에 힘입어 당분간 ‘유행’을 이룰 전망이다.

김상현 기자 wa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