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동아일보매거진:주간동아 205호]

■신세대 핸드폰 하나면 대리출석 끝 주민등록번호. 학번 등 문자메세지 주고 받아... 시험 때 '요긴하게' 쓰기도

툭 터놓고 말해서 대학시절 대리출석 한두 번 안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확한 타이밍과 완벽한 목소리 연기로 무장한 대리출석은 교수님의 넓으신 아량이 덧보태져 완전범죄로 승화(?)되곤 했다. 쑥스러운 일이지만 대학졸업자라면 누구나 그런 재미있는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시대는 변했지만 아직도 대출은 계속된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구닥다리 대출법을 요즘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문자 그대로 정보화시대 아닌가.

네크워크(Network)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N세대라고 부르는 요즘 젊은 세대는 그 특징이 워낙 다양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다만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테크노 문화를 거부감 없이 즐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핸드폰은 필수라는 점. 젊은 놈이 무슨 핸드폰이냐고 의아해하는 어른도 많지만, 그들 사이에서 핸드폰을 소유하지 않는 것은 시쳇말로 ‘왕따’가 되기로 작정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N세대는 어떻게 대출을 하는가. 이른바 N세대식 대리출석법. 과거에 비해 대출 사정은 매우 나빠졌다. 학사관리는 엄격해졌고 좁아진 취업문만큼 학생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각 대학에서 도입한 상대평가제도는 친구가 A를 받으면 자신은 B를 받아야 하는 살벌한(?) 풍토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생님께서 대출을 철저하게 가려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려면 굉장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출석체크” 핸드폰 치면 우르르

출석체크에 소요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요즘 선생님들은 평소 출석을 잘 부르지 않는다. 문제는 어쩌다가 갑자기 게릴라식으로 출석을 부르거나 백지를 돌려 이름과 학번 등을 자필로 쓰라고 요구하실 때 발생한다. 물론 이때 주민등록번호처럼 본인만 알 수 있는 정보를 같이 적도록 요구하시는 방법으로 대출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럴 경우 과거에는 손털고 깨끗이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우리 대학생들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먼저 게릴라식으로 출석을 부르는 경우. 갑자기 출석체크가 있으면 여기저기서 소곤소곤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때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전화를 끊는다. “출석 불렀어, 빨리 수업 들어와.” 곧이어 난데없이 지각생들이 문전쇄도하고, 한산했던 교실은 이내 빼곡이 찬다.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께 가서 “늦게 왔는데요”라며 출석부의 결석표시를 지워주도록 하는 것이다.

백지를 돌릴 때도 핸드폰은 진가를 발휘한다. 핸드폰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중에서도 요물은 문자 서비스. 글씨체 바꿔 쓰는 일이야 식은 죽 먹기지만 학번이나 주민등록번호를 미리 알고 가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땐 먼저 핸드폰을 꺼낸다. 다음에는 민첩하게 ‘주민등록번호·학번 요망’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잠시후 답신으로 주민등록번호와 학번이 핸드폰 액정 화면에 찍혀 나오면 상황은 끝난다. 두 개의 목소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대신 대답을 해주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일도 이젠 없다.

권형욱군(고려대 신방과 2학년)은 “나도 장난 비슷하게 해본 일은 있지만, 문제는 문자서비스를 시험기간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지금 출석체크 중. 그러나 그들에겐 핸드폰이 있다.

박종서/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