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동아일보매거진:주간동아 205호]

■피플 '법의 잣대' 쌍두마차 떴다

법조인이나 법학도들이 가슴에 새기는 금언（金言） 중 하나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는 것. 그러나 현실의 법조인이 언제나,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운다고 볼 수는 없다. 어느 원로 검사의 말처럼 법조인들은 ‘자신의 지위와 이익이 무너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의에 관심이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건국 이후 수많은 정치적 사건에서 법조인 스스로 법을 왜곡해 온 역사를 봐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옷로비 사건의 특별검사로 임명된 강원일(57·고시 15회） 최병모변호사 （50·사시 16회）는 아주 ‘특별한’ 법조인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지위나 이익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법에 충실하게 살아 왔다.

강변호사는 검사시절 수차례 사표를 낸 일이 있다. 88년 대검 중수부장 직무대리로 전경환씨의 새마을운동본부 비리 수사를 할 당시 정치권이 수사에 간섭하자 사표를 내던지며 일주일간 출근을 거부해 온 것은 유명한 일화. 서울지검 인천지청 검사시절이던 70년대 초 유신이 선포되자 그는 “이렇게 법이 유린되는 상황에서 법조인 노릇을 할 수 없다”며 부장에게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 당시 부장은 그에게 “당신 말이 전적으로 옳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 같은 사람이 그만두면 안된다”고 설득하는 바람에 그는 사의를 접어뒀다.

86년 춘천지검장 시절의 일화도 그가 출세에 초연하고 원칙을 지킨 법조인이라는 사실을 나타내 준다. 당시 전두환대통령의 형인 전기환씨가 춘천을 방문한 일이 있다. 지역 기관장들은 그를 위해 저녁 만찬을 준비했다며 강지검장에게 참석을 요구 했다. 당시 전씨는 막강한 위세를 과시하고 있었고 권력 주변에서는 그를 만나기 위해 혈안이었다. 그러나 강검사장은 그날 집에 제사가 있다며 ‘거짓말’로 핑계를 대고 서울로 올라와 버렸다. 그런 그에게 출세길이 보장될 리 없었다. 그는 91년 인천지검장에서 대검 형사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대검 형사부장은 그가 이미 4년 전에 거쳐간 자리. 새마을운동본부 비리 수사 당시 검찰총장으로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당시 강 중수부장과 갈등을 빚었던 이종남검찰총장（현 감사원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직후 한 인사였다. 그는 미련없이 사표를 냈다.

그는 변호사로 개업한 뒤에도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2년간 인천지검의 사건을 맡지 않았다.

최변호사는 고 조영래변호사와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전신인 ‘정법회’ 창립멤버로 줄곧 재야 활동에 투신해 온 판사출신 변호사. 그의 강직한 성품은 법조계에 정평이 나 있다. 청주지법 판사시절 그는 1년에 ‘직권보석’을 28건이나 내릴 정도로 불구속 재판에 충실한 소신을 나타냈다. 당시 그를 제외한 전국의 판사가 내린 직권보석 결정은 단 2건. 86년 변호사로 개업한 그는 91년 변호사들에게 ‘물 좋은’ 시장이었던 서울을 떠나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도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도 그는 ‘일은 많고 돈은 안되는’ 재심사건 등 어려운 사건을 주로 맡았다고 후배 변호사는 전했다.

강변호사와 최변호사는 김창국 변협회장으로부터 특별검사 추천을 받고도 완강히 고사했다. 그러나 강변호사는 변협이 200여명의 변호사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는 이유로 김회장이 설득하는 바람에 마지막에 수락했으며 최변호사는 김회장의 사무실（덕수 합동） 후배여서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