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동아일보매거진:주간동아 205호]

■피플 정치 발전에 바친 '젊은 넋'

지난 9월9일 밤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전북 남원에서 현장조사 활동을 벌이던 한 젊은이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농촌과 농민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던 꿈을 채 펼쳐보기도 전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그는 국회 인턴사원 이수일씨(29).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인 국민회의 윤철상의원실로부터 국정감사 준비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8월부터 인턴사원으로 일해 온 그는 서울대 농대 대학원을 수료한 ‘먹물’ 출신이었지만 항상 현장을 중시했던 촉망받는 농민운동가였다. 국정감사 역시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8월말부터 후배 2명과 함께 경기도 안성에서 농가부채실태 등 현장조사 활동을 시작한 이씨는 이날도 남원에서의 두번째 조사활동을 막 마친 상태였다.

이씨의 사고소식을 들은 김성훈 농림부장관 등 그를 아는 주변사람들은 “아까운 젊은이를 잃게 됐다”며 애도했고, 윤의원은 올해 국정감사를 아예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이씨가 소속돼 있던 서울대 농대 대학원 ‘농업정책연구회’ 선후배 회원 10여명이 이씨의 유지(遺志)를 받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가 꼼꼼하게 기록해 놓은 현장메모를 토대로 모두 5권의 국감보고서가 작성됐고 윤의원의 국감준비는 차질없이 마무리됐다. 아직도 깊은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그의 동료 선후배들은 그의 뜻을 기릴 장학회 구성도 추진 중이다.

이씨의 유작을 갖고 국감에 나선 윤의원은 국정감사 모니터 시민연대에 의해 세 차례나 일일 베스트 의원으로 선정됐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