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동아일보매거진:주간동아 205호]

■피플 '꿈의 기록' 20승 "스트라이크"

프로야구계에선 투수가 한 시즌에 10승을 따내는 것도 대단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작년에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8개 구단을 통틀어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하물며 10승의 두배인 20승을 올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현대 에이스 정민태(29).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투수인 그가 올해 ‘꿈의 기록’이라는 20승을 달성했다.

97년 쌍방울 김현욱（현 삼성） 이후 2년만에 나온 대기록이며 선발투수론 95년 LG 이상훈（현 주니치 드래건스） 이후 4년만이다. 프로 18년 통산으론 14번째.

모든 대기록이 그렇듯 정민태도 20승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페넌트레이스에서 19승을 따낸 뒤 참가한 아시아경기대회. 정민태는 시드니올림픽 티켓을 따기 위해 대만전 선발로 나갔다가 허벅지 부상이 재발했다.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다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던 근육통이 갑자기 도진 것.

이 허벅지 부상은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난 뒤의 페넌트레이스에서 문제가 됐다. 최악의 컨디션 속에서 ３차례 선발등판이 ‘불발’. 플레이오프 출전권이 급했던 현대는 정민태를 마무리로 돌렸다. 이를 악물고 던질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가운데 정민태는 7일 전주 쌍방울과의 시즌 최종전에 나서 기어코 20승을 따냈다. 3대 2 한점차 승리의 아슬아슬했던 승부.

“정말 힘들었어요. 최악의 상황에서 데뷔 8년만에 처음 해낸 20승이라 개인적으론 더 값집니다.”

그는 다음달 초에 열리는 한-일 슈퍼게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내년엔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게 꿈이다.

김상수/ 동아일보 체육부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