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한국기네스북에 올라있듯이 1896년 국내 최고(最古)의 기업인 ‘박승직 상점’에서 출발했다. 이후 폭발적인 성장기를 거쳐 대기업의 반열에 올랐다가 외환위기를 맞은 뒤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성공한 대표적 그룹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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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산의 경영 사령탑은 창업 100주년인 1996년에 형인 박용곤(朴容昆·70) 명예회장으로부터 ‘대권(大權)’을 물려받은 박용오(朴容旿·65) 회장이 맡고 있다. 이들 형제는 고 박승직(朴承稷) 창업주의 손자이자 고 박두병(朴斗秉) 초대회장의 아들.
㈜두산과 두산중공업이라는 두 축으로 현재 그룹의 모양을 갖춘 것은 현 경영진 때의 일이다. 박용오 회장, 박용성(朴容晟)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만(朴容晩) ㈜두산 전략기획본부 사장 등 3형제가 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잡았고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두산은 현재 3세 경영진이 그룹 안팎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재계에서는 처음으로 비(非)오너인 정수창(鄭壽昌) 회장에게 한때 그룹회장을 맡길 정도로 전문경영인에 대해 ‘열린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그룹이다.
사무실에 있기보다는 현장을 중시해 공장을 자주 둘러보고 평사원들과 한달에 한번씩 생맥주 집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질 정도로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 프로야구 구단주 출신으로는 처음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연임하고 있다. 박 회장은 틈날 때마다 “부채를 점차 줄여나가 내가 회장으로 있을 동안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고 매출액보다 이익으로 1등인 그룹을 만들겠다”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강조한다.
대한상의 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겸하고 있는 박용성 회장은 경영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과감성을 갖추고 있어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도 대기업의 회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번 맡은 일에 대해서는 끝을 볼 때까지 잠 안자고 매달릴 정도로 업무에 열정을 쏟는 스타일. 98년 그룹 구조조정 당시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는 ‘걸레론’을 내세우며 알짜기업이던 OB맥주 매각을 주도했던 기업구조조정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일 중독자’답게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박용만 사장은 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브레인으로 구조조정의 실무책임을 맡아 왔다. 맥주사업을 팔고 두산중공업으로 주력사업을 정한 아이디어도 박 사장이 이끄는 전략기획본부에서 시작했다. 비교적 젊은 최고경영자(CEO)답게 선진기법의 경영을 소화해 그룹에 접목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평.
경기고 선후배간이기도 한 이들 3형제와 경영일선에서 은퇴한 맏형 박용곤 명예회장은 남달리 우애가 좋아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항상 함께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벌 없는 전문경영인들〓전문경영인들 가운데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출신이 많은 것이 눈에 띄지만 ‘누구누구 계열’ 등 학연 지연 등에 따른 파벌주의를 찾아볼 수 없다. 회사 임직원 간에 사적인 동창회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다.
올해 3월 인사에서 공채출신 최고참 경영자급인 ㈜두산 고종진(高宗鎭) 회장, ㈜두산 주류BG(사업그룹) 조사홍(曺士鴻) 회장, 두산건설 민경훈(閔庚勳) 회장이 각각 부회장에서 한 단계씩 승진했다. 창업주 가문이 그룹의 진로는 잡았으니 전문경영인들이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가지고 강력하게 관리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고 회장은 64년에 입사한 공채1기로 대부분의 CEO들처럼 동양맥주(현 OB맥주)출신이다. 경리 및 기획통으로 주요 계열사 사장을 거쳤다. 박용오 회장과는 경기고 동기생.
조 회장은 서울대 공대출신으로 그룹 내 CEO가운데 흔치 않은 이공계 출신. 일찌감치 독일에서 양조학 박사학위를 따와 양조부문 대부(代父)로 꼽힌다. 현재도 기업 내 주류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민 회장은 77년 대한중석에서 두산건설 상무로 스카우트됐다. 추진력이 강해 줄곧 건설분야에서 일해왔다. 95년부터 일찌감치 외형이 아닌 현금위주로 수주작업을 벌여 외환위기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김대중(金大中) ㈜두산의 주류BG사장은 주류영업 전문가로 93년 경월을 인수해 수도권에서 ‘그린’소주 돌풍을 일으켰고 요즘 ‘산’소주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박성흠(朴星欽) 식품BG 사장, 한승희(韓勝熙) 의류BG 사장은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각각 제일제당과 샤니에서 영입된 마케팅 전문가형 CEO들이다.
이정훈(李正勳) 전자BG 사장은 상대 졸업생이면서 기술이나 영업 두 분야에서 그룹 내 최고의 기술전문가로 꼽히는 노력파. 최태경(崔泰卿) 출판BG 사장은 두산상사 OB씨그램에서 현대감각을 익혀와 마케팅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장영균(章榮均) 테크팩BG 사장은 입사이후 콜라 깡통, 소주병 등 포장재 분야만 거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강문창(姜文昌) 두산건설 사장은 OB맥주 출신이면서 건설분야에서만 23년째 몸담고 있다. 치밀한 스타일로 최근 재건축 물량을 잇달아 확보, 브랜드 아파트 붐을 일으키고 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두산그룹 전문경영인 | |||||
회사 | 직위 | 이름 | 나이 | 학력 | 출신지 |
㈜두산 | 회장 | 고종진 | 65 | 경기고, 서울대 법학 | 경북 문경 |
㈜두산 주류BG | 회장 | 조사홍 | 65 | 광주고, 서울대 응용화학공학 | 전남 진도 |
두산건설 | 회장 | 민경훈 | 64 | 경기고, 연세대 정외 | 서울 |
두산중공업 | 부회장 | 윤영석 | 64 | 경기고, 서울대 경제 | 서울 |
㈜두산 주류BG | 사장 | 김대중 | 54 | 경북고, 서울대 경제 | 경북 안동 |
〃 식품BG | 사장 | 박성흠 | 53 | 경남공고, 부산대 화공 | 경남 김해 |
〃 의류BG | 사장 | 한승희 | 58 | 경기고, 서울대 경영 | 서울 |
〃 전자BG | 사장 | 이정훈 | 58 | 서울고, 고려대 경영 | 서울 |
〃 출판BG | 사장 | 최태경 | 56 | 보성고, 연세대 경제 | 경남 사천 |
〃 테크팩BG | 사장 | 장영균 | 55 | 용산고, 서울대 경영 | 경남 거창 |
두산중공업 | 사장 | 김상갑 | 53 | 경북고, 서울대 법학 | 경북 달성 |
두산건설 | 사장 | 강문창 | 59 | 제주상고, 서울대 경영 | 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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