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때 ‘사화 트라우마’… 지금은 ‘탄핵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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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도발, 심심한 평화보다는 치열한 전쟁이 낫다
‘개혁’을 칭했다고 다 개혁이 아니다. 법무부가 설치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27일 발표한 검찰총장 지휘권 박탈 권고안은 이 조직의 반(反)개혁성을 극명히 드러낸다. 윤석열 검찰총장만 분재(盆栽)총장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법무부 장관이 전국의 고등검사장들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케 함으로써 사실상 검찰의 정권비리 수사를 금지시킨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사정없이 박살내는 내용에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이런 권고안을 보고도 가만있다니, 대한민국 검찰은 배알도 없나. 다음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김남수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렸다.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에게 직접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공개질의에 30일 오전까지 180여 명의 검사들이 실명으로 지지 댓글을 붙여 올렸다. 다행이다. 대한민국 검사가 아직 살아있어서. ● 검개위, 검찰을 청와대의 충견으로 검개위가 보도 자료에서 밝혔듯,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
‘철 지난 색깔론’ 소리가 나올 줄 알았다. 통일부 장관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될 때부터 예상된 바다. 23일 인사 청문회가 끝나고도 여당은 “(야당이) 색깔론에 빠져 정책 검증 아닌 사상 검증을 한 것을 국민께 사과하라”며 야당을 거세게 공격했다. 1980년대 말 전대협의 주류는 주사파였고, 주사파가 북한 주체사상을 신봉했다는 건 팩트다. 1987년 전대협 초대 의장 이인영도 주체사상을 신봉했는지, 지금은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국민이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 색깔론 무섭다고 야당이 안 물으면 그게 야당인가. ● 운동권 86그룹은 특권계급인가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이인영은 답했다. “그 당시에도 주체사상 신봉자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이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 그러면 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인영은 까칠하게, 굳이 토를 달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가 태 의원님께서 저에게 사상전향을 끊임없이 강요하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밥값을 했다. “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질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비밀을 알렸다. 지난주 MBC 백분토론 끝에 방송사고처럼 슬쩍 진실을 밝힘으로써 그는 집권세력 내부고발자의 새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물론 진성준은 정부 대책이 소용없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맹렬히 해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 ‘박원순 서울시’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낸 그가 정무적 판단 없이 말실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 세금 많이 걷으려면 집값 더 올라야 20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주택을 볼모로 한 불로소득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다주택 매매, 취득, 보유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초과이익 환수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국회에서 연설했다. 불로소득이든 초과이익이든 부동산으로 세금 많이 걷는 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고 확인한 셈이다. 정부가 부동산 공급을 막아 집값 올리는 정책을 22번이나 내놓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집
팬데믹은 코로나19만이 아니었다. 뻔뻔함도 팬데믹이다. 집권세력의 뻔뻔스러운 내로남불엔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친문 핵심도 아닌 김부겸 전 의원까지 감염될 줄은 몰랐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내년 재·보궐선거에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낼 뜻을 밝힌 것이다. 마치 심장에 철판을 깐 듯 불과 닷새 전 자기가 한 말을 뒤집고서.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은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할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2015년 ‘김상곤 혁신위’가 만든 혁신책이다. 뚝심으로 이름난 김부겸이 대통령표 당헌을 가볍게 깨뜨린다니, 뻔뻔함은 무서운 팬데믹이 아닐 수 없다. ● 국민과의 약속 뒤집겠다는 김부겸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문으로 사퇴해 치르는 거다. 서울시장 보선 역시 고 박원순 시장의 ‘유고’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성추문 정도는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이 아니라고
22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여기가 북한이냐, 집 두 채 가진 게 죄냐, 소리가 나오게 하겠다더니 과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7·10대책이다. 다주택자의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동시에 올려 확실히 징벌했고, 3년 전 이 정부가 부여했던 임대주택자 혜택도 박탈한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오른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 같진 않다. 두 배로 뛴 종합부동산세를 면하려면 1년 내 집을 팔라는 건데, 양도소득세를 내려 퇴로를 열어준 것도 아니다. 종부세 무섭다고 강남 아파트를 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국회의장도 대전 아파트를 자식한테 증여하고 강남 아파트 살면서 재건축 기다리는 판국에. 주택공급 대책도 없진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하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도심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거다. 이 정도로 부동산시장의 악순환이 사라질지 의문이다. 근본적 대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국민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좋은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 ● 재건축·재개발은 文정부 금기사항 정부에 더
세상이 바뀐 걸 미래통합당만 모르는 모양이다. 4월 총선에서 참패는 했지만 웰빙당으로 살기엔 야당도 나쁘지 않다고 믿은 것 같다. 그래서 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는 게 관행이라며 원 구성 협상에 임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면, 밀어붙이는 게 문재인 정부다. 취업준비생들이 반발하든 말든 상관없다. 대통령 취임 약속 30가지 중 지킨 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든 것 하나라는 말이 있지만, 이 정부는 비정규직 해결 약속도 지켰다고 믿는 게 분명하다. 한다면 하는 정부가 ‘범여권 180석’이라는 보검(寶劍)까지 확보했다! 원하는 건 뭐든 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신천지가 도래한 거다. “절대 과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 모두를 맡는 게 국회 운영의 기본 원칙”이라고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4월 말 선언했다. 그때라도 통합당은 알아차렸어야 했다. 집권당이 법사위를 포함해 진짜 상임위 전체를 차지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전두환 시절 뺨치는 집권여당
단순히 관행을 깨는 차원이 아니다. 집권당이 끝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 바둑에선 상수(上手)가 백을 잡고 흑을 쥔 사람이 먼저 두는 게 관행인데 이걸 깬 것과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미래통합당이 없는 상태에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을 법사위원장으로 뽑아 올렸다. 법사위원장을 야당에서 맡는 건 2004년 민주당이 여당일 때부터 관행이었다. 법으로 못 박진 않았지만 민주주의가 법으로만 작동되진 않는다. 소수 국민의 뜻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배려했던 암묵적 규칙을 박살내고도 그들은 저희들끼리 웃기까지 했다. 야당 법사위원장이 자구(字句) 심사권을 구실로 주요 법안의 발목을 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는 다르다. 법사위 소관사항 가운데 ‘법률안·국회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은 (가)(나)(다)(라)…(아)의 8가지 중 맨 끝인 (아)에 불과하다. ● 야당이 사법부 견제할 길 없어져여당의 폭거는 법안 통과만을 위해서랄 수
그래도 설마,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하늘이 두 쪽 나도 법이 정한 날짜인 5일, 반드시 본회의를 열겠다”고 엄포를 놨어도 설마 21대 국회 첫 출발을 여당 단독 개원으로 시작하겠나 싶었다. 여당 단독 개원이란 헌정사상 단 한번밖에 없던 일이다. 1967년 6·8총선 부정선거 때문이었다. 당시 석간이었던 동아일보는 6월 8일자에 울산 국민학교에서 공화당원이 유권자에게 현금 나눠주는 현장을 ‘한낮의 매표행위’ 제목으로 특종 보도했다. 7월 10일 국회 개원일 , 7월 10일 국회 개원일, 경찰은 야당인 신민당의 국회의원 당선자까지도 태평로 국회의사당 접근을 막았고, 힘없는 시민당은 정문 앞에서 부정선거 규탄 데모로 항거했다. 그날 동아일보는 ‘7대 국회가 많은 파란을 안고 10일 야당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개원됐다. 여당 일당만에 의해서 새 국회가 개원되기란 한국의정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보도했다. 유신독재 때도, 전두환 신군부 때도 두 번 다시 못 했던 일을 그
윤미향이 1일 나비 모양의 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했다. 나비는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한다. 윤미향이 이사장이었던 일본군 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에서 ‘백만인 나비달기 운동’까지 벌이며 팔았던 그 나비 배지다. 위안부 피해자한테 “아이들 코 묻은 돈까지 받았다”는 소리까지 들었으면, 보통사람 같으면 그 배지 가슴에 못 단다. “할머니들을 이용해 사욕을 챙겼다”는 직격탄을 받았으면, 도의적 책임에서라도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보통사람의 상식이다. 나비 배지를 부적처럼 붙인 채 온몸으로 사퇴를 거부하는 윤미향 모습에 역시 한사코 사퇴를 거부했던 통합진보당 이정희가 겹쳐보였다. ● 비례대표 지켜낸 ‘진보의 붉은 장미’ 통진당은 2012년 총선에서 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으로 일약 제3당에 올랐던 정당이다. 유시민의 국민참여당과 이정희의 민주노동당, 노회찬 심상정 등 진보신당 탈당파가 전격 합당해 흥행에 성공한 데다, 지역구에 민주당을 찍으면 비례대표는 통진당에 주는 ‘
30년 전 누구도 입에 올리기 꺼렸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린 윤정옥 선생님(95)은 참 여리 여리한 분이다. 이화여대 영문학과 교수 시절, 팔다리 길고 날씬한 모습에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미국 소설을 강의할 때는 꼭 뽀빠이 만화에 나오는 올리브 같았다. 정년퇴직한 다음 위안부 문제에 투신한 선생님이 놀라워 물어본 적이 있다.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내가 페미니즘을 했잖아. 내가 정신대에 끌려갈 뻔했거든. 동아일보는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공동의장을 맡고 있던 선생님에게 ‘여성동아 대상’을 수여했다. “문제를 세상에 꺼내놨으니 더욱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겠다”는 음성은 소녀 같았지만 선생님은 젊은 날의 신념과 학구적 열정을 행동으로 옮긴 참 지식인이었다. 그해 정대협 간사로 시작해 윤정옥을 이어받은 사람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다. ● ‘이낙연 리더십’ 시험하는 윤미향윤미향 당선자를 배출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방송과(석사)
고려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최고위과정(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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