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건강한생활:허정박사의 장수비법]

자칫 역효낼 위험 … 한의사등 도움받도록
서양의학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16세기와 17세기에는 功利主義 철학에 기초를 둔기계론 의학의 전성기였다.
실비우스나 헬몬트같은 사람들에 따르면 사람의 생명현상은 발효와 부패라는 두가지 화학적 반응으로 설명됐다. 또한 상토리우스와 볼레리같은 의료물리학자는 인간의 호흡이나 소화작용은 모두 물리적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극단적인 기계론적 의학에 대한 반동으로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신비하고도 비과학적인 냄새마저나는 낭만주의 의학이 대두되었다.
20세기 후반부터 전염병이 줄어들고 고치기 어려운 성인병이 늘어나자 또다시 과학적 의학보다는 전통의학이 우리몸에 좋고 양약보다는 생약이 더 바람직하며 민간요법이 더욱 좋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효과는 더디지만 생약은 부작용도 적고 민간요법은 전통요법이기 때문에 더 잘 맞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한의학은 우리나라의 전통의학이다. 日本에선 漢方, 중국에선 中醫學, 몽골에서는 蒙醫學, 티베트에서는 藏醫學,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위그르족에게는 維醫學이 각기 그들의 전통의학이다.
전통의학은 오랫동안 각기 다른 풍토에서 발전된 훌륭한 經驗醫學이다. 민간요법 또한 그 효험이 입증되어온 치료법이다. 과학적 의학이 지배한다는 유럽에서도 이런 전통의학과 민간요법은 많다.
그러나 이런 민간요법은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유용한 것도 있지만 모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위험 부담도 크고 효과도 확실치 않은 것도 많다. 중국은 1949년부터 3년간에 걸쳐 민간요법을 모아 그 실용성을 검증해서 효과가 없는 것은 버리고 좋은 것만 권장해 왔다.
우리도 근래 유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민간요법을 과학적으로 검증,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보조요법으로 이런 민간요법을 활용하려면 누구나 합리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마늘이나 포도가 만병을 고칠 수는 없다. 음식을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턱대로 몸에 좋다는 얘기만 믿고 의사나 한의사의 도움도 없이 아무 생약이나 민간요법을 따르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불행을 자초하기 쉽다.

허 정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