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때 ‘사화 트라우마’… 지금은 ‘탄핵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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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도발, 심심한 평화보다는 치열한 전쟁이 낫다
헌신(獻身·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함). 8일 서거한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헌신이란 이렇게 하는 것임을 보여줬다. 96세에도,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까지도, 여왕은 우아하고도 기품 있게 지팡이를 짚고는, 한때 군주제 폐지를 외쳤던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와 새 내각 구성에 관한 회동을 가졌다고 했다.그렇게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의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다 바치고는, 앓을 새도 없이 여왕은 우리 곁을 떠났다. 21살 때인1947년 남아공연방 케이프타운에서 맞은 생일 자리에서 “제 삶이 길든 짧든 모두 국민 여러분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고 선언했던 그 다짐 그대로였다.●나라 위해 아들까지 희생시켰던 여왕내 나라, 남의 나라 할 것 없이 정치적 양극화가 판치는 세상이다. 어떤 정파나 이데올로기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 위한다는 게 쉬울 리 없다. 2차 세계 대전이 터지자 엘리자베스 공주는 군 수송부대 여자국방군에 입대해 대형 트럭운전을 했다. 남편
“간절히 청컨대 대답해 주시오. 대체 이 전쟁은 무엇입니까.”“의(義)와 불의의 싸움이지.”“나라와 나라와의 싸움이 아니란 말입니까.”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은 바로 답하지 않는다. 대단원에서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아니다. 더 나아가자. 지금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나라와 나라의 싸움은 아니라 해도 일본은, 또 중국은 제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하필 이 나라에서 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에 따라 동아시아의 세력 판도는 뒤바뀌었다.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 지정학은 운명처럼 압도적이었고 그에 비해 국내정치는 밴댕이처럼 쪼잔해 보인다.● 지정학에는 ‘의(옳을 義)’가 없다‘한산’을 본 뒤 갑자기 궁금해졌다. 왜 일본은 가만있는 우리나라를 쳐들어왔을까? 불의해서?학교 때 우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통일에 성공한 뒤 남아도는 무력을 국외로 돌려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켰다고 배웠다. 공명심에 대륙침략의 망상에 빠졌다고도 했다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을 뒤늦게 보았다. 2014년 ‘명량’ 이후 8년. 순천 출신인 김 감독은 근 10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끼고 살았다고 했다.마침 올해가 임진왜란이 벌어진지, 그리고 한산대첩이 대승을 거둔지 430년 되는 해다. 물처럼 표정 깊은 배우 박해일을 통해 구현된 이순신 장군은 “이 전쟁은 대체 무엇입니까” 묻는 물음에 “의(義)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답했다. 왜장은 부하를 방패막이로 삼지만 우리의 이순신 장군은 부하를 구하기 위해선 자기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리더다. 이에 감동한 왜병은 항왜(임란 때 조선에 투항한 왜병)가 됐고 충무공은 우리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웅으로, 제발 다시 만나고 싶은 이상적 공직자의 표상으로 추앙받는다. ● 한국인 DNA에 각인된 ‘옳을 의(義)’ 김 감독은 “‘의’의 문제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DNA에 각인돼 있다. 격변의 근현대사를 거쳐 민주화를 이루기까지 그 중심에는 ‘의’의 코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 ‘짱깨’가 혐오 용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짱개주의의 탄생’이라는 책을 추천함으로써 복권됐다고 생각한다. 책의 저자인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투쟁의 언어는 자국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했다. 2022년 8월 24일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지 서른한 번째 되는 기념일이었다. 우리로 치면 기쁜 광복절인데 그놈의 러시아로부터 전면침략을 당한지도 딱 6개월 됐다. “승산이 있느냐”는 질문에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이길 가능성을 묻지 않는다”는 대답한 인터뷰 기사는 가슴이 먹먹하다. 그들에게는 승리가 ‘언제’냐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생떼 같은 내 가족이 죽는데, 거의 한국 영토만큼 되는 우크라 땅 5분의 1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대로 끝낼 수 있겠나. 지금 푸틴을 멈춰 세우지 않으면 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란 대사의 말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이번 전쟁은 중국-인도 간 국경 분쟁이나 시리아 내전 같은 단
10일. 한 달 반. 두 달. 15일.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후 며칠 만에 여야 지도부와 만났는지 세어본 날짜다. 문재인·박근혜·이명박·노무현 대통령은 각각 10일, 한 달 반, 두 달, 15일 만에 여야 원내대표, 또는 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회동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아직 만나지도 못했다. 취임 석 달이 가까워 오는데도. 물론 시도는 있었다. 국회 시정연설을 했던 5월 16일, 3당 대표 및 원내대표와 국회와 대통령실 딱 중간인 마포에서 ‘돼지갈비 만찬 회동’을 하자고 제안했다는데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밝혔다는 건데 그 뒤 진실공방에 감정싸움까지 불거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월 중 윤 대통령과 국회 의장단 만찬을 추진하겠다고 25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만남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그보다 야당과의 만남이 더 시급한 것 아닐까. ● 야당과의 회동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그까짓 게
윤석열 대통령이 5월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을 말했을 때, ‘윤석열의 처칠 스타일’이라는 도발을 썼다. 성격 좀 급한 분들은 ‘처칠’만 보고는 냅다 아래로 내려가 “비교할 걸 비교하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던 칼럼이다. 눈 밝은 독자들은 알아봤겠지만 그 글엔 뒤로 갈수록 의미심장한 내용이 나온다. 둘 다 예쁜 아내, 불굴의 의지를 지녔다는 것보다 결정적 공통점은 과히 호감 받지 못하면서, 평소라면 가능성이 없었는데도, 시대적 상황에 의해 리더가 됐다는 거였다. ▶관련 기사 [김순덕의 도발]윤석열의 ‘처칠 스타일’https://www.donga.com/news/dobal/article/all/20220522/113549648/1 ● 대성공 이후 대실패 할 수도 우리에게 희망적인 것은 처칠 같은 최극단 리더 중에 최고의 리더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위기 때 정상적 검증이나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고 나라를 맡았지만 결국 나라를 구해낸다는 거다(가우탐 무쿤다
윤석열 정부 장관급 인사 4명이, 더구나 그 중 3명은 인사 청문회에 오르지도 못하고 낙마했다. 이 정도면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사퇴는 아니어도 적어도 사과는 했어야 마땅했다. 윤 대통령이 뻑 하면 비교하는 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임종석도 사과에 인색하진 않았다. 심지어 낙마가 나오기 전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무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지자 그는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5월 26일 대통령 취임 16일 만에. ●16일 만에 인사 사죄한 임종석 비서실장 문 정권이 대선 기간 중 제시했던 공직진입 원천 저지 5대 원칙(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을 수정하겠다며 임종석은 “저희가 내놓은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국민께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그러면서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 관련 내용 또한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고 덧붙여 매를 벌기는
맞아 죽을 각오로 말한다면,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 척결에선 전두환 정권이 문재인 정권보다 나았다 싶다. 적어도 그땐 청와대가 수사를 막진 않았다는 얘기다. 느닷없이 전두환 정권을 언급한 건 ‘문 정권의 경찰수장’ 김창룡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그가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가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 요인”이란 사의 표명 입장문을 던졌다(그리고 휴가를 간 걸 보면 별로 비장하지도 않다). 이것만 보면 윤석열 정부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을 뒤흔들고 있고, 김창룡은 자기 한 몸 던져 경찰의 독립성과 민주성을 지키는 투사인 줄 알 판이다.● 문 정권 경찰이 중립적이었다고? 흥. 김창룡은 국민의 기억력을 상당히 우습게 아는 모양이다. 2020년 7월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다. ‘시진핑의 충견 문재앙’ 식으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혐의로 체포된 20대 남성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엄격한 잣대로 기소 송치한 경찰 측 판단이 문제가 없다”고, ‘표현의
‘진보 어용 지식인’ 유시민이 ‘어용’이란 감투를 벗고 다시 요설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언론만 보면 갑자기 태평성대로 돌변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끄떡없다.” 10일 노무현재단 유튜브채널 알릴레오에서 언론 비난부터 시작한 거다. 미안하지만 유시민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모르겠다.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1심에서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은 자가 유시민이다(본인도 ‘사실이 아닌 의혹’을 제기했다고 사과문까지 올렸다).“여론 형성 과정을 심하게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는 판결은 말(言)로 먹고 살아온 지식 소매상에겐 다신 입을 열지 말라는 파문과 마찬가지다. 2년 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때 북한 김정은이 사과문을 보내자 “계몽군주 같다”던 유시민의 궤변이 새삼 떠오른다. 더불어민주당이 패배의 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에는 유시민도 빼놓을 수 없다. ● 노무현 후계자에서 ‘진보 어용 지식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하 문재인)이 지난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짱깨주의의 탄생’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솔직히 이젠 그가 어떤 책을 추천하든 별 관심 없다.2017년 대선 직전 동아일보가 ‘지금 이 땅의 국민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질문했을 때 자신이 대학시절 읽었던 ‘전환시대의 논리’를 추천했던 문재인이었다.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을 미화했던 1970년대 운동권 대학생들의 필독서 말이다.그럼에도 ‘짱깨주의…’ 책를 정독한 이유는 문재인이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이며 우리 외교가 가야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다”고 한 데 그치지 않고 “언론이 전하는 것이 언제나 진실은 아니다”라고 강조를 했기 때문이다. 왜 문재인은 굳이 언론을 믿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언론과 딴판으로 중국에 산타가 왔다이 책은 저자인 김희교 광운대 교수가 2018년 12월 23일 부리나케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는 걸로 시작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해지던 무렵 중앙·한국·조선일보가 ‘크리스마스 캐럴 부르면 징역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방송과(석사)
고려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최고위과정(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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